이례 없는 한파가 미국을 덮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국내 기업들도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항공업, 해운업 등은 당장 경영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업, 정유업 등은 파급효과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1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9.24달러로 마무리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62.91달러를 기록해 모두 1년 만에 신고점을 경신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한파에 기인한다. 텍사스주는 미국 내 주요 석유 생산지로 꼽히는데, 한파 피해로 텍사스주에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다수 원유생산시설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이 줄어 공급 부족,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텍사스 한파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내려갔다. 일각에서 연내 배럴당 80달러 이상 치솟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는데, 유가 상승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정유기업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손익을 따지고 있다. 직접 원유를 수입해 정제·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에 원유 가격 추이, 구매수요 변화 등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유기업은 유가가 오르면, 원가 비중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판매 가격도 올라 선구매 수요에 따라 매출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석유화학기업 역시 나프타, 에틸렌 등 원료가 제조원가의 60~80%를 차지한다. 유가 급등 구간에선 실적 타격을 입는 셈이다.
자동차, 항공업, 해운업 등은 비용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항공업은 원가 비중에서 유류비가 30%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유가가 오르면 비용이 증가해 실적도 악화하게 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가 급등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반면 조선·철강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점치고 있다. 원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 건조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조선업에 훈풍이 불면 철강제를 제공하는 철강업계도 전방산업 호조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석유수출기구(OPEC+) 의 감산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에 OPEC+감산 정책과 미국의 중동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 생산이 복구된다면 에너지 가격은 상승 이전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달 OPEC+ 정례회의에 4월 이후 감산 테이퍼링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원유공급 확대 우려로 유가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