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 달러 규모 인수 거래 잠정 중단
인도 대법원이 릴라이언스그룹의 인도 유통 시장 장악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인도 유통 시장 진입을 노리는 릴라이언스그룹의 경쟁자 아마존에는 희소식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릴라이언스그룹과 퓨처그룹의 거래에 대한 승인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릴라이언스그룹과 퓨처그룹의 거래는 규제 당국의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행될 수 없다.
이번 소송은 아마존이 두 그룹의 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해 제기한 것이었다. 릴라이언스그룹은 지난해 8월 퓨처그룹의 도·소매와 물류 사업을 34억 달러(약 3조774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릴라이언스그룹의 계열사인 릴라이언스리테일은 인도 전역의 1만2000여 개 매장에서 매주 35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소매 판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 2위 유통업체인 퓨처그룹의 소매 사업을 인수하면 인도 내 유통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게 된다.
인도 유통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현지 사업에 6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온 아마존에게는 위협적인 거래다. 아마존은 2019년 퓨처그룹 산하 퓨처리테일의 대주주인 퓨처쿠폰스 지분 49%를 매입하며 경쟁회피의무와 우선구매권 조항을 포함했는데, 릴라이언스그룹과 퓨처그룹의 거래는 계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중재재판소에 해당 거래를 중단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초 인도 델리 법원에 거래 중단 소송을 냈다.
2일 진행된 1심에서는 법원이 아마존의 손을 들어줬지만, 며칠 뒤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거래가 문제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이 거래를 중단시키며 아마존은 치열한 법정 공방의 승자가 됐다. 법원은 5주 후 다시 사건을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인도 유통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인도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0억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인도 정부가 외국 자본 유치에 공을 들여온 것을 이용해 아마존은 퓨처그룹과의 계약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인도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공략했다.
릴라이언스그룹과의 거래가 최종적으로 무산되면 퓨처리테일은 파산할 위기다. 퓨처리테일은 지난해 8월 이미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지난달 달러 표시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퓨처리테일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주가가 76%나 폭락했다. 퓨처리테일 변호인단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아마존은 퓨처리테일이 가라앉는다고 해도 릴라이언스와의 거래를 중단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