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장관 지시로 시작…예산 8000만 원
이동 통신 3사도 미루고 있는 28㎓(기가헤르츠) 기지국 구축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중기부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 국내 최초 ‘스타트업을 위한 5세대 이동 통신(5G) 밀리미터파(28㎓)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5G 분야 관련 신시장ㆍ신사업을 창출을 위해 정합성 검증 등을 할 수 있는 실증 환경을 제공한다. 중기부는 증강현실(AR)ㆍ가상현실(VR),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등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이곳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8㎓ 주파수 대역은 2018년 이통 3사가 6000억 원을 들여 할당받아 놓고도 지금까지 무용지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5G 상용화 3년 차인 올해 1월 말 기준 이통사가 설치한 28㎓ 기지국은 45대뿐이다. SKT 44대, LG유플러스 1대, KT는 0대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28㎓ 기지국 구축에 나섰다. 주파수는 테스트베드 공동 구축 사업자인 KT의 주파수를 썼으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장비, 시설 관리를 도맡는다.
중기부가 이 사업을 기획한 시점은 지난해 초가을께다. 시작은 28㎓의 활용성에 주목한 박영선 전 장관의 지시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이 28㎓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타트업들이 수요가 많을 것 같으니 알아보라’ 지시했다”며 “통신사들이 폐쇄적으로 기지국을 운영하고 있어 중기부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회의적인 의견이 있었다. 스타트업 위한 28㎓ 테스트베드에 수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28㎓가 상용화될 것이고, 그때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나서는 게 맞다고 중기부는 결론을 내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금은 VR을 비롯한 여러 스타트업들이 기대를 많이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중기부가 직접 나서면서 기지국 구축 예산도 많이 절감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업에 투입된 중기부 예산은 8000만 원으로 기지국 장비는 스웨덴 기업 에릭슨이 낙점됐다.
중기부의 ‘5G 28㎓ 테스트베드 구축’은 큰 틀에서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기업 간 거래(B2B)용 28㎓ 대역 5G 특화망 공급보다 앞서간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을 올 상반기에 진행해 이통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5G 망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G 특화망’은 네이버, 삼성전자 등 수요기업이 주파수를 배정받아 스마트공장 등 특정 목적을 위해 5G를 쓰는 것을 뜻한다.
중기부가 구축한 테스트베드는 스타트업이 망 자체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5G 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해 그 수혜를 보게 한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28㎓ 대역 5G 망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환경이었는데 이번 테스트베드 구축으로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스타트업들의 수요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