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코로나 시기에 맞지 않아…남탓 정치도 안 돼"
시민평가단, 나경원·오세훈 "잘했다" 투표
나경원·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드디어 '맞수토론'에서 맞붙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오 후보는 나 후보의 숨통트임론, 양육수당 등 공약에 대해 "1년 내 불가능, 재원 마련도 힘들다"는 점을 공격했고 나 후보는 "안심소득은 코로나 시기에 맞는 공약이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마지막 맞수 토론에서 오 후보가 먼저 나 후보의 부동산 대책, 청년·신혼부부 지원 등 공약에 대해 △임기 내 실현 불가능 △과도한 예산 등을 지적했다.
오 후보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공약"이라며 "1년 임기 내 추경해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서울시 재원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나 후보가 "소상공인 위한 숨통트임론"이라고 답하자 오 후보는 "작년 추경으로 편성된 추경이 5조인데, 숨통트임론 규모는 6조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나 후보는 "코로나 위기 극복이라는 기간이 전제돼 있어 2조로도 충분할 것"이라며 "순세계 잉여금, 예산 다이어트 등으로 충분히 재원 마련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 후보는 "서울시 예산 40조 중 복지예산, 고정비 등을 빼면 시장이 1년간 쓸 수 있는 돈은 수천억 원에 불과하다"라며 "단언컨대 2조 못 만든다"고 주장하자 나 후보는 "두고보라"며 자신했다.
이어 오 후보가 "공약 욕심이 많아 이것저것 내놓다 보니 감당 못 하는 거라 고백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나 후보는 "그럼 코로나 위기 속에서 손 놓고 있어야 하나, 이런 자세로 전시 서울을 극복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에는 나 후보가 오 후보의 '안심소득'에 대해 "복지 예산이 늘어나지 않고는 지금같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당장 하긴 어렵지 않냐"고 묻자 오 후보는 "4차산업혁명 시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기본소득과 맞설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공약에 대한 격론도 이어졌다. 나 후보는 오 후보의 '한국형 차지차가법(상생주택)' 공약에 대해 '사유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오 후보의 이 공약은 상속세, 증여세 등으로 방치돼 있는 토지들, 오래된 집들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재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땅을 빌려 건물을 세우고, 받은 임차료로 다시 토지 임대료를 지급하는 원리다.
나 후보는 "어떤 민간이 자기 토지에 수십 년간 주거 건물이 들어오는 것을 수용할 것이며, 사유재산권 제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라며 "또 대부분 안 쓰이는 토지는 외진 곳에 많아 집을 지어도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불편한 곳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땅 내놓는 분들은 상속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드려 이용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목 좋은 곳에도 오래된 토지, 집들도 많다"고 답했다.
오 후보도 나 후보의 '신혼부부 1억7000만 원 보조금'에 대해 "1년 내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지적하자 나 후보는 "인허가를 빨리 받아 임기 내에 첫 삽은 뜰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위한 차량기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오 후보는 "신혼부부를 위해 차량기지 위해 집을 지으면 진동, 소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이외에도 주변 주민 반대, 차량기지 위 건물 예산 규모 등의 문제가 많아 이 지역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 후보는 "오 후보께서 했던 당시 차량기지를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전문가들 검토가 끝나 훨씬 좋은 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년 전 '무상급식' 논란도 또다시 거론됐다. 나 후보는 "얼마 전 편 가르기를 힘들어하는 서울시민들에게 국회이전 주민투표를 붙이겠다고 했던데 그때 든 생각이 10년 전 무상급식 투표였다"면서 "얼마 전 퀴어축제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며 과연 소신, 철학이 무엇인지, 중요한 부분은 왜 번번이 미루는지 듣고 싶다"고 했다.
오 후보는 "투표 언급, 그런 적 없다"면서 "조건부 출마도 아니라 열흘간 기다리며 야권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에 안철수 대표를 들어오시라 한 제안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퀴어 축제에 대한 대 원칙, 소수자 인권 배려와 보호는 동의한다. 다만 광화문 광장을 이용한다는 건 규정이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라며 "다름을 인정, 존중이 제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의 정해진 토론시간이 끝나 더이상 발언은 하지 못했다.
나 후보는 끝으로 "이제 남 탓하는 정치로는 안된다"라며 "미래로 가기 위해 국민의힘 중심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맞수 토론자로 나선 오신환, 조은희 후보 역시 서로의 공약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조 후보의 '25의 다핵도시', 오 후보의 '반반아파트' 등 부동산 공약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때아닌 숫자 논란도 있었다. 조 후보가 오 후보의 공약에 대해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숫차를 거론하자 오 후보는 "자꾸 숫자가지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라고 조 후보에게 거듭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19일 국민의 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2차 맞수토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조 후보가 여러 수치를 인용하자 나 후보는 "너무 숫자를 잘 아신다. 숫자를 정확히 아는 게 좋지만, 세세한 것은 사실 실무자가 잘 알면 된다"라고 했고, 조 후보는 "제가 실무자인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한편, 치열했던 90분의 토론회를 지켜본 ‘토론평가단’은 나경원·조은희 후보를 ‘토론을 잘한 후보’로 각각 선택했다. 당원과 시민 1000명으로 구성된 시민 토론평가단은 토론회가 끝난 뒤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통해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26일, 3월 1일 두 차례의 서울시장 예비후보 4명의 합동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4일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