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이 온다”...‘칠전팔기’ 노바백스, 백신 시장 뒤흔든다

입력 2021-02-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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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감염 확산 차단...장기간 면역 효과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시장을 뒤흔들 강력한 후발주자가 출격을 준비 중이다. 숱한 백신 실험 실패 끝에 코로나19로 구사일생한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주인공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이 수개월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경쟁사 백신에 비해 장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초기 임상시험 데이터는 노바백스 백신이 무증상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장기간 면역을 제공하는 데 더 효과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약사들과 방식이 다르다. 미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얀센의 바이러스 벡터와 달리 노바백스는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면역증강제와 섞어 인체에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기존 인플루엔자나 B형간염 예방접종에 사용된 합성항원 방식이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생산 속도가 빠른 반면 전통 백신 생산법을 고수한 노바백신은 안전성이 높고 상온 보관·유통이 가능하다. 유통기한도 2~3년으로 길다. 냉동 시설이 부족한 병원, 진료소, 약국에서 사용하기가 그만큼 용이한 셈이다.

존 무어 웨일코넬의대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이 효과 면에서 다른 백신들만큼 좋을 뿐만 아니라 내구성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래리 코리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감염병 전문가도 “타사 백신보다 접종 용량이 적어 공급 확대에 유리한 것도 장점”이라며 “글로벌 이용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예상보다 더딘 점도 노바백스의 추격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현재 백신 3인방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실정으로 노바백스는 4월부터 1년 내 수십억 회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노바백스가 희망을 말하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2014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연구를 시작한 노바백스는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 2015년에 이어 2019년에도 RSV 백신 3상 임상시험에 계속 실패했다. 그 해 5월 주가는 36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2019년 말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미래가 없어보였지만 노바백스는 지난해 독감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RSV 백신 개발도 계속했다. 독감 백신에 희망이 보였지만 더 이상 투입할 자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회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지난해 초 배큘로바이러스 방식을 사용한 백신 임상시험을 하려고 했지만 역시 돈이 문제였다. 3월 백악관에서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코로나19 백신을 논의했고,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CEO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자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후 트럼프 전 행정부의 신속 백신 개발 프로그램 ‘워프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를 통해 20억 달러의 자금을 수혈했다. 그 외 헤지펀드도 자금을 댔다.

10월 생산문제로 임상시험이 취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영국에서 18∼84세 성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 결과 백신 예방효과가 평균 89.3%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미국에서 실시한 3상 임상시험 결과는 내달 나올 전망이다.

‘칠전팔기’ 끝에 백신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 4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243달러까지 올랐다. 올 들어서도 106%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1억2700만 달러에서 154억 달러로 불어났다.

한편 노바백스 백신은 기술이전 방식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첫 코로나19 백신이기도 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8월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한 뒤 코로나19 백신의 기술 도입을 완료하고 글로벌 공급을 위한 상업 생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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