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감소 데드크로스, 돈으로는 해결 안된다

입력 2021-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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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져 사상 처음 인구감소의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합계출산율도 세계 꼴찌인 0.84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인 1.63명의 절반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결과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400명, 사망자는 30만5100명으로 3만2700명의 인구 자연감소를 기록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한 연간 출생아 수가 2017년 35만8000명으로 줄고, 3년 만에 20만 명대로 쪼그라든 것이다.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도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작년 0.84명으로까지 내려갔다. 인구를 현상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인데 턱없이 못 미친다.

‘인구절벽’의 재앙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수없이 많은 대책으로 출산율을 높이려 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쏟아부은 예산만 줄잡아 225조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아이 낳으면 돈을 준다는 식의 근시안적 정책을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출산은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 주거, 육아, 교육 등 사회 전반의 환경과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다. 지금 한국 상황은 청년들의 괜찮은 일자리가 줄고, 치솟은 집값에 결혼해서 살 집을 구하기 어렵다. 결혼한 부부들도 늘어나는 육아·교육비용 부담에 미래의 불안까지 커져 아이 낳는 것을 꺼린다.

결국 저출산은 불가항력이 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인구감소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의 재앙적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 존립까지 위협한다. 생산력과 소비가 줄고, 수요 감퇴로 경제성장이 후퇴한다. 노령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노인복지 지출은 급증하는데 세금 내는 인구는 감소한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그리고 정부재정의 지속성도 장담할 수 없다. 국가의 사회유지 시스템이 무너질 우려도 커진다.

심각한 현실을 더 절박하게 인식하고, 발상을 바꾼 인구감소 대응 전략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노동이나 자본에 기댄 생산요소투입형 경제가 쇠퇴하고, 노동시장 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경제구조로의 개편, 노동 투입 감소를 상쇄하는 생산성 혁신을 이끄는 것이 핵심 과제다. 우선 기업활력을 살려 경제의 성장궤도를 되찾고,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 소득을 높여야 출산율 제고도 가능하다. 기술 인재와 숙련 인력의 이민을 확대하는 정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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