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새 단장 경제단체, 국민 신뢰 얻고 경제 파수꾼 역할해야

입력 2021-03-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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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대한상의, 경총, 전경련 등 기업들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의 수난시대였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 경제단체 수장들이 국회를 찾아 ‘기업 3법’ 등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지만, 정치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송년 인터뷰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들을 막 처리해버릴 때는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이 잇단 반(反)기업 입법 통과에 무력감을 느껴 사의를 표명했다.

재벌 개혁을 기조로 내건 정부 탓이 크지만, 경제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 과거 경제단체의 맏형 격이었던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부로부터 노골적으로 배제당했다. 경총과 대한상의는 같은 사안에 대해 별도의 성명서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경제 단체 통합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일본에선 2002년 2개 경제단체가 통합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통합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회장은 ‘재계의 총리’로 불리며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국내 경제단체는 역할이 나뉘어 있다. 대한상의는 규제 해소와 상공인 교육, 경총은 노사관계, 전경련은 경제정책 제언, 무역협회는 무역 관련 업무가 주력분야다.

각 경제단체 수장들도 단체별로 역할이 다르다며, 통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단체가 각각의 기능에 충실하되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통합된 목소리를 내는 ‘전략적 행동’은 필수다. 하나 된 목소리를 내야 영향력도 커진다.

국민에게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시급하다. 반복되는 기업인들의 각종 구설수, 국정농단 사태 등은 경제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앗아갔다.

올해들어 주요 경제 단체 수장 자리에 현직 기업인 총수들이 앉으면서, 환골탈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대한상의는 조직 역사상 최초로 4대 그룹 중 하나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최 회장은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일정을 시작했으며, 다음 달 24일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소위 ‘젊은 피’라 불리는 정보기술(IT)·금융업체 창업자들을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합류시키며 다양성을 통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자타공인 사회적 가치 전도사다. 사회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철학이 바탕이다. 경제 단체의 이미지를 쇄신해 국민에게 사랑받고, 기업과 정치권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무역협회도 2006년 이후 15년 만에 기업인 출신 협회장을 선임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주인공이다. 구 회장의 취임으로 정부를 향한 무역 현장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경제 단체가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등 급변하는 산업구조 변화에 적극 대처하면서, 정치권에 대해선 재계 입장을 충분히 전하는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기대한다.

특히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투자와 고용 확대라는 국가적 대계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경제단체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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