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세 도입 논의 가속화…미국석유협회, 탄소 가격 책정 찬성

입력 2021-03-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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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성명 추진, 산업계 태도 변화 신호탄
미국 USTR, 탄소국경조정세 올해 무역 어젠다에 포함
EU도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
머스크 “탄소 배출 줄일 첫 번째 방법은 세금”

▲미국 텍사스주 오데사 인근 유전에서 펌핑잭이 석유를 뽑아올리고 있다. 오데사/AP뉴시스
미국 석유·천연가스 업계 로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가 탄소 배출에 가격을 책정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 성명을 준비 중이다. 10년 전 탄소세 부과에 앞장서서 반대하던 단체가 입장을 180도 바꾸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세 도입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PI 실행위원회는 탄소배출량에 대한 가격 책정을 지지하는 성명서 초안을 이번 주 안에 검토할 예정이다. 성명서 초안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정부의 주요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경제 전반의 탄소 가격 책정 정책을 지지한다”며 “의무사항이나 규범적인 규제 조치 대신 에너지를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탄소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가격 책정을 지지하면서 사실상 탄소세의 근본 원리에 찬성했다고 WSJ는 풀이했다. 메건 블룸그렌 API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파리협정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지원을 지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석유업계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API는 10년 전 의회가 탄소 배출 규제를 처음으로 언급했을 당시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단체였다. 프랑스 토탈은 1월 중순 API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탈퇴했다. 그런 API가 전향한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온실가스 억제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BRT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등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기업 총수들이 모인 단체다. 따라서 BRT의 지지는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 강화에 반대해왔던 산업계가 태도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올해 무역 어젠다 보고서에서 탄소국경조정세를 포함했다. 탄소국경조정세란 탄소 배출에 과세하지 않는 국가에서 제조된 물건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USTR는 해당 조치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적 접근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발전원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2019년 기준 약 69%에 달해 탄소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관세 폭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이미 2019년 11월 탄소국경세 도입 방침을 밝혔다.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한 상품을 수입할 때 생산기업에 환경 규제를 적용하고 과세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4일 EU에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 도입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은 탄소세 부과”라며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면 시장이 바로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이든 행정부와 탄소세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며 “정부는 탄소세 도입이 정치적으로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탄소배출권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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