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 친딸만 동반하고 정인이는 없는 경우도”
사망 당일 “덤벨 떨어뜨릴 때처럼 쿵하고 큰 소리 났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가 여러 차례 차에 방치된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정인이를 입양해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로 양부모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이 양부모의 이웃 주민이 증인으로 나왔다.
입양가족모임을 통해 정인이 양부모를 만나게 됐다는 이웃 주민 A 씨는 “정인이 입양 후 장 씨와 총 15번 정도 집 밖에서 만났는데 그 중 5번 정도는 장 씨가 정인이를 동반하지 않았다”면서 “키즈카페에 가면 친딸은 데리고 나오면서 정인이는 같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장 씨에게 정인이는 왜 데리고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갔다’던가 ‘혼자 집에 있어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와 같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이들을 안심시켰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여름께에는 장 씨가 정인이를 수 시간동안 차에 방치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당시 장 씨가 “(정인이가) 중간에 차에서 잠이 들어 혼자 두고 왔다면서 1시간쯤 지나서도 ‘차에 둔 휴대폰으로 아이를 확인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고 했다.
평소 장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해왔으나, A 씨는 “장 씨의 이야기와 달리 정인이는 밥을 곧잘 먹었다. 다만 아이에게 거의 맨밥만 먹여서 다른 반찬도 먹여보라고 권했지만, 장 씨는 ‘간이 돼 있는 음식이라 안 된다’며 밥과 상추만 먹였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3월 정인이를 처음 봤을 때는 다른 아이와 다를 바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다”며 “8월 말 다시 봤을 때는 얼굴이 까맣게 변해있고, 살도 많이 빠져있었다. 허벅지에 얼룩덜룩한 멍과 같은 자국도 보였고 이마에도 상처의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에 ‘쿵’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인이 양부모의 아파트 아랫층 주민인 B 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저녁 시간 위층에서 ‘쿵’하는 큰 소리와 심한 진동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B 씨는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덤벨을 떨어뜨릴 때와 비슷한 둔탁하고 큰 소리였다. 4∼5차례 반복됐는데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B 씨는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장 씨가 문을 살짝 연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했다”며 “얼굴이 어두워 보여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나중에 얘기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정인이 양부모 측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지만,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모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 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 끝에 10월 13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고, 양부 안 씨 역시 장 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에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