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나이에 마땅한 경력 없이 취업 시장에서 패잔병으로 전락한 조충범.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5명도 채 안 되는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에 '오늘'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를 받는다. 주먹구구로 이뤄진 당일 통보 면접. 사장은 딴 소리에 과거 무용담만 늘어놓다가 갑자기 노래를 시킨다. 결과는 합격.
우여곡절 끝에 설레는 첫 출근. 그런데 컴퓨터는 고장 난 데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근로 계약서를 요구하니 사장은 "아이 뭐 그런 거는 믿음으로 가는 거지"라고 일갈한다. 열악한 처우에 후진 기업문화. 유일한 비전은 컴퓨터조차 제대로 못 다루는 사장의 '디지털' 타령이다. 중소기업 현실을 담은 블랙 코미디 웹드라마 '좋좋소'(2020)다.
좋좋소는 유튜버 '이과장'이 제작한 웹드라마다. 유튜버 '빠니보틀'이 연출과 투자를 맡았다. 중소기업 현실을 담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업로드 2주 만에 1회 조회 수가 100만을 돌파했다. 인기에 힘입어 6화부터는 9일 왓챠에서 독점 선공개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좋좋소에 열광하는 이유는 신랄한 풍자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거쳐봤다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날 것 그대로의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다. 등장인물도 일하면서 한 번쯤 본듯한 인물이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꼰대 사장, 하는 일도 없이 이사 직함을 단 사장 조카.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사장 눈치만 보는 이 과장, 업무 시간에 쇼핑몰 스크롤 내리기 바쁜 이미나 대리까지. 좋좋소는 취업난에도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이유를 신랄하게 묘사한다.
지난해 8월 사람인이 구직자 1246명에게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중소기업에 합격했지만 입사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에 가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42%가 ‘연봉 등 조건이 불만족스럽다’를 이유로 꼽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787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2793만 원)과 대기업(4121만 원)의 신입 초임 평균 격차는 1328만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9% 더 늘어난 수치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는 높은 영업 이익률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인력난을 가장 심하게 겪고 있다는 중소 제조업 기업의 영업 이익률은 대기업과 2배 넘게 차이 난다. 한국은행의 2018년 기업 경영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8.85%인 반면, 제조업 중소기업의 영업 이익률은 3.8%에 불과했다.
연봉, 복지 등 경제적 조건만이 문제는 아니다. 인력 부족이 심각한 제조업의 경우 지방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젊은이 자체가 많이 없다. 게다가 지방 제조업 기업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산업단지에 있어 젊은 세대가 꺼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산업단지 중소기업 청년교통비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그다지 큰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척박하고 후진적인 기업 문화를 가질 확률이 높다. 체계 없이 윗사람의 말 한마디에 회사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주먹구구식 꼰대 문화에 대한 불만이 크다. 좋좋소 역시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부족한 복지를 보다는 후진적 '꼰대 문화'를 주로 비판한다.
가슴에 늘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중소기업 재직자 박 모(28) 씨는 "회사 일이 메뉴얼에 따라 진행되지 않고 늘 주먹구구식"이라며 "아래 사람들이 동기부여를 얻기 어렵고, 회사에 충성심을 절대 가질 수 없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재직자 정 모(30) 씨는 "인사 안 했다고 뭐라고 하는 등 쓸데없이 트집 잡는 일들도 많지만, 소통 없이 어느 특정 한 사람의 지시에 회사가 뒤집힐 때 가장 중소기업 같다고 느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소기업의 기업 문화와 낮은 복지는 기업 안의 문제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유튜브 좋좋소를 본 한 네티즌은 댓글로 "누군가 한국의 저출산과 자살률을 묻는다면 유튜브를 켜 이 영상을 보게 하라"고 말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중소기업에 일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도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은 중소기업을 위한 해결책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