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주식리딩방에 사설 FX마진업체 급증
ㆍ사설 FX마진 ‘도박’ 판결에 ‘거래소’ 명칭으로 눈속임
ㆍ금감원 “자체 프로그램 다운 요구시 대부분 불법...주의당부”
#. 가정주부 박지현 씨(가명ㆍ36세)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주식 리딩방에 가입했다. ‘리더’라는 사람이 던져준 종목이 실제로 오르면서 1000만 원을 맡기기로 했다. 리더는 ‘○○거래소’라는 링크와 추천인 코드를 함께 보내주면서 가입시켰다. 수익을 낸 첫 리딩 종목을 팔겠다고 하니 양도세 등 세금을 내야 한다며 200만 원을 추가 납부를 요구했다. 그래도 시세 차익보다 적다고 판단해 바로 송금했다. 하지만 리더는 박 씨가 마지막 금액을 입금한 직후 잠적해버렸다.
‘주식 리딩방’이 여전히 극성이다. 불법 FX 마진거래 업자들이 카카오톡 주식리딩방으로 자리를 옮겨 도박 개미를 유인하는 수법이 성행하면서다. 최근 비트코인이 다시 인기를 끌자 ‘가상 화폐 위탁 투자’를 내건 사기업자들도 활개를 친다. 사설 FX 마진 거래에 투자한 소비자는 예금자 보호나 금감원의 민원·분쟁조정 대상자가 아니므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불법 FX 마진거래 업체들이 카카오톡 주식리딩방을 사기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 그간 이들은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활동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오픈 채팅방으로 옮겨 둥지를 튼 것. 오픈 채팅방 등 주식 리딩방에서 계좌개설이나 회비를 입금한 투자자에 한해 자체 FX마진거래 사이트와 추천인 코드를 공유하고, 진입시키는 수법을 사용한다.
박 씨도 처음 가입할 때 보증금에서부터 계좌등록비 등 추가 비용만 100만 원이 넘게 냈다. 그래도 50% 넘는 수익률에 즐거웠다. 홈페이지에 스스로 ‘불법 업체를 조심하라’는 주의 문구도 있다 보니 의심도 거뒀다. 하지만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차트도 ‘조작’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됐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로 차단된 상태다.
‘FX마진’ 거래는 여러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면서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일종의 환차익 거래를 말한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개인투자자 사이 투자 규모도 급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얻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투자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사설 FX마진 거래가 판을 치면서 피해사례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증거금 납부가 부담스러운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사설 FX마진 업체는 투자자 주문과 손익 정산을 대행하는 이른바 ‘FX렌트’ 방식을 이용한다. 대법원은 사설 FX마진거래 업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도박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사설 FX 마진거래 업체들은 해당 판결을 의식하면서 금, 비트코인 ‘거래소’ 등 이름으로 바꿔가며 활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방식은 똑같고 대상만 환율에서 금, 비트코인으로 바꾼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 화폐 투자 경험이 없는 중장년층, 주부 등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김진성 씨(가명ㆍ36세)는 “처음에는 주식 종목 리딩방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사설) FX 마진 거래방이었다. 그래도 요새 비트코인이 많이 뛰다 보니 호기심도 생겼다. 투자금액이 많을수록 수익 실현도 빨라질 수 있다는 말에 시키는 대로 계속 돈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입금을 안내하던 회계담당자라는 사람은 항상 ‘보이스톡’으로 연락했는데 담당자 잠적 이후로 다시 보니 계정이 ‘칠레’ 국적으로 등록되어 있더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FX 마진 거래를 위해 자체 거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야 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불법 업체라고 지적했다. 만일 FX 마진 거래를 하고 싶다 해도 반드시 증권사같이 금융투자업 인가를 얻은 제도권 금융회사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파인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 메뉴를 이용하면 알아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설 FX마진거래 피해 접수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소비자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FX마진거래를 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