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십자수’ 하면 오색 실을 엮어 형태를 만드는 자수를 생각한다. 그런데 보석을 붙여 십자수처럼 그림을 완성하는 공예가 있다. 바로 ‘보석 십자수’다. 보석 십자수는 반짝이는 작은 보석(비즈)을 도안 위에 붙이는 공예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도안에 맞춰 색깔별로 보석을 붙이다 보면 어느새 예쁜 그림이 완성된다.
직장인 김다연 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 이후 보석 십자수를 시작했다. 회사가 휴직·단축 근무를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에 무얼 할지 고민하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보석 십자수를 본 게 계기가 됐다.
김다연 씨가 꼽은 보석 십자수의 가장 큰 매력은 ‘집중력’이다. 여타의 취미와 달리 보석 하나하나를 정성 들여 붙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하기 좋다. 작품을 완성하게 되면 얻는 성취감과 흐뭇한 느낌은 덤이다. “다른 취미도 해 봤지만, 다른 건 흥미를 빨리 잃더라고요. 무엇보다 보석십자수는 작품을 완성하게 되면 흐뭇한 느낌이 좋아요.”
보석 십자수의 또 다른 장점은 DIY 키트로 판매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호 필름을 벗기고 도안에 따라 알맞은 색깔의 보석을 표면 위에 옮겨 붙여주기만 하면 완성이다. 핀셋으로 보석을 붙이거나 보석 십자수용 펜에 고체 풀을 묻혀 비즈를 옮겨 붙이면 돼 특별한 노하우나 기술이 필요 없다. 다른 자수나 공예처럼 위험한 바늘, 칼 등을 사용하지 않아 어린아이들도 손쉽게 할 수 있다.
비즈의 종류는 둥근 라운드 형과 네모난 스퀘어 형이 있다. 스퀘어 형의 비즈를 사용하면 캔버스를 빈 곳 없이 더 꼼꼼하게 채울 수 있지만, 동그란 형태의 비즈보다 작고 섬세해 초보자나 어린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처음 도전한다면 작은 크기의 라운드 형 비즈를 추천한다. 가능하다면 작은 크기의 DIY 세트부터 시작하자.
보석 십자수의 비즈는 위·아래 방향이 정해져 있다. 윗부분은 둥근 보석 부분이고 아랫부분은 도안 위에 붙일 수 있도록 평평한 형태로 돼 있다. 보통 비즈가 아래로 뒤집혀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하나 뒤집어줘야 하는데, 이 경우 비즈를 트레이에 부어 ‘살살’ 흔들어주면 비즈가 알아서 잘 뒤집힌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보호 필름’이다. 보석 십자수의 표면 위에는 접착 면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필름이 부착돼 있다. 보호 필름의 접착액이 날아가면 보석을 다시 붙이기 어려우니 작업이 끝나면 꼭 보호 필름을 다시 붙여 놓아야 한다.
특별히 주의할 사항은 없지만, 장시간 하다 보면 어깨나 목이 아파진다. 괜히 ‘거북목 취미’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다. 독서 받침대나 이젤 등을 활용한다면, 작업 할 때 목에 무리가 덜 가도록 할 수 있다.
다연 씨는 보석 십자수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고 즐겁게 하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 완성 된다. 처음에는 보석 양이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기자 역시 보석 십자수 DIY 세트를 하나 직접 사서 시도해봤다. 다이소에서 조그마한 보석 십자수의 가격은 고작 1000원. 지금까지 남다른 방구석에서 소개했던 취미 중 ‘최저가’였다.
직접 해보니 정말 단순하고 집중이 잘 됐다. 그림이나 게임 등 아무리 단순한 취미도 머리를 써야하는데 보석 십자수는 정말 ‘콕 찍어 붙이는 게’ 다였다. 복잡한 일상에 치여 간편한 취미를 찾는다면, 보석 십자수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