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강화'ㆍ'ESG 경영'ㆍ'판매자 관리' 등에도 주력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에 자극받은 국내 온라인 쇼핑 1위인 네이버가 이마트와 협력하기로 하는 등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인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36억 달러(약 4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을 연결한 플랫폼에 다른 경쟁사와 잇달아 협력에 나서면서 경쟁자들과 격차를 더 벌려 '완전한 1위'로의 도약을 꿈꾼다.
업계 시선이 쿠팡과 네이버로 쏠리는 사이 조용히 추격의 고삐를 죄는 업체가 있다. 지난해 말 쿠팡의 롤모델 격인 아마존과의 동맹을 선언한 '11번가'가 주인공이다. 11번가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마존과의 협력이 본격화하면 업계의 지각변동에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격적인 추격에 앞서 11번가는 내실 강화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그 중에서도 역점을 두는 분야는 물류(배송) 역량 강화다. 11번가는 올해 1월 SSG닷컴 새벽배송 서비스 연동에 이어 ‘오늘장보기’ 서비스에 GS프레시몰 새벽배송을 추가했다고 10일 밝혔다.
GS프레시몰 새벽배송은 11번가의 마트 상품 배송관인 ‘오늘장보기’를 통해 제공된다. 당일 밤 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 배송이 완료된다.
이를 통해 11번가의 ‘오늘장보기’ 서비스에선 이마트몰, 홈플러스, GS프레시몰의 당일배송 서비스와 SSG닷컴, GS프레시몰의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엔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의 지분 7.2%를 획득했다. 바로고는 국내 이륜(오토바이) 배달대행시장을 이끄는 업체다. 전국 1000여 개의 허브(지사), 5만4000여 명의 등록 라이더, 10만여 명의 등록 상점주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11번가가 배송 역량 확보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단행했다고 본다. 향후 아마존과의 협력을 위해 배송 서비스 강화는 11번가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쿠팡과 수도권에서 신선식품 중심으로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 신세계(SSG닷컴)와 다르게 11번가는 배송을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와 맺은 풀필먼트 배송 서비스 협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11번가에서 당일 24시 이내에 주문한 상품의 전국 익일 배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자(셀러)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양한 판매자의 입점을 통한 상품 확보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탓이다.
더불어 최근 신규 판매자들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싼 네이버쇼핑으로 몰리는 점도 11번가에 위기의식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11번가는 구매 가능성이 높은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자들이 직접 할인쿠폰을 제공할 수 있는 ‘스토어 마케팅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했다. 11번가는 입점 판매자 누구나 이를 무료로 활용해 단골고객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다.
‘스토어 마케팅 서비스’는 고객의 소비패턴, 이용현황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에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고객군을 추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판매자들은 ‘내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구매하지 않는 고객’, ‘최근 내 상품을 2개월 연속 구매한 고객’, ‘내 상품을 3번 이상 보았으나 구매하지 않은 고객’ 등의 현황을 매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이들에게 ‘전용 할인 쿠폰’을 발송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할인 쿠폰 규모 역시 판매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즉각적인 매출 증가가 가능해 이 서비스는 판매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비스 오픈 이후 약 3주(2월 17일~3월 8일) 만에 3100명의 판매자가 서비스를 활용해 62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전용 할인 쿠폰 혜택을 제공했다.
11번가 관계자는 "마켓에 왔을 때 다양한 제품이 있어야 고객의 쇼핑 욕구가 높아지고, 이를 위해 좋은 판매자를 영입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상품 확보가 곧 곧 경쟁력인 상황에서 판매자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ESG 경영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힘쓴다.
11번가는 9일 비닐 포장재 없는 무라벨 생수 '올 스탠다드 샘물'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환경을 위해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없앤 제품이다. 비닐 라벨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 없어 페트병 분리배출이 훨씬 간편한 점이 특징이다.
연초엔 친환경 택배 박스를 도입했다. 11번가는 1월부터 일부 상품을 테이프를 모두 없애 해체 및 분리배출이 용이한 친환경 ‘테이프리스’(tapeless) 박스에 담아 배송하기 시작했다.
테이프리스 박스는 접착테이프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조립해 쓰는 방식으로 폐기 시 테이프 제거가 필요 없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박스다.
이진우 11번가 영업기획담당은 “최근 친환경 택배박스 도입부터 무라벨 생수 출시까지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고객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은 기업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