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앙숙’ 베네수엘라 제재 재검토…불법 이민자에게 임시 거주권도

입력 2021-03-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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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32만 명, 18개월간 합법 거주권과 근로권 취득
관계자 “제재 해제 서두르지 않지만, 지난 정권 일방적 제재 효과 없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앙숙’ 베네수엘라에 부여했던 제재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우선 자국 경제 붕괴에 피난을 온 베네수엘라인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임시 거주권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국민 약 32만 명에게 18개월간의 합법적 거주권을 주고 근로권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당국은 제재 해제에 서두르지 않는다”면서도 “지난 4년간 보여준 일방적 제재가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해 불법 이민자 추방과 경제적 제재를 강화했다.

양국 관계는 2010년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현지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사범으로 기소하고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추천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단교를 선언하면서 갈등도 심해졌다.

다만 바이든 정부 들어 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대선 직후 미국은 10년 만에 베네수엘라에 자국 대사를 임명하며 손을 내밀었다. 또 이번에 이민자를 포용하고 제재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사이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AP통신은 “지난 몇 년간 베네수엘라 경제는 식량과 의약품 등 광범위한 부족 사태에 자유 낙하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독재자의 실권을 원하지만, 최우선 목표는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전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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