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이커머스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용진이 이끄는 이마트와 이해진의 네이버가 반쿠팡 동맹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지분 교환을 추진해 쿠팡의 성장세 저지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의 상품력과 물류 노하우에 플랫폼 1인자인 네이버가 연대하면 상품군과 물류망까지 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 전통 유통강자 이마트, 플랫폼 1위 사업자 네이버 힘 합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이마트는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1500억~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마트는 “연초 양측 경영진이 만난 후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는 양사가 사실상 동맹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참석했다.
앞서 네이버가 CJ그룹과 문화 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6000억 원 대 주식을 교환했던 만큼 이번에도 지분 교환 방식의 제휴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이마트와 택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까지 협력을 넓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지분 교환을 통해 이마트는 풍부한 트래픽을 갖춘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고, IT 정보기술과 데이터베이스 등을 접목해 과감하게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도 오프라인 전통 유통 강자인 이마트를 통해 오프라인 물류거점을 마련하고, 신선식품 상품군을 확대할 수 있으며 당일 배송이라는 물류망 확장까지 노릴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과 네이버 지분 교환이 이뤄진다면 온·오프라인 판매에 오프라인 물류 거점화와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이커머스 업계 내 완전체 모델을 완성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 '이마트ㆍ네이버 혈맹', 파죽지세 쿠팡 막을까?
네이버는 27조 원에 육박하는 거래액으로 온라인쇼핑 업계 1위로 평가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소비 덕에 작년 4분기 거래액은 80% 가까이 늘었을 정도로 성장세도 높다. 하지만 네이버는 오픈마켓처럼 플랫폼만 제공해 배송망과 자체 상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20조 원을 넘어서는 오프라인 유통 선두 업체다.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맡은 SSG닷컴도 지난해 50%가 넘게 성장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슈퍼 루키’로 꼽힌다. 하지만 거래액은 4조 원 수준, 시장 점유율도 4% 내외에 불과하다.
온ㆍ오프라인 강자인 네이버와 이마트지만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 원)으로 직전년(7조100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불어났다. 미국 증시 상장 이후엔 최대 40억8000만 달러(약 4조63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파죽지세로 성장중인 쿠팡이 자금력까지 확보하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 치킨 게임에서 최종 승자에 한층 가까워지게 된다. 실제 쿠팡은 IPO 신고서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할 계획”이라며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상품군 확대와 마케팅 채널 확장,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협업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가 또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을 필두로 설욕을 다짐하고 있고, 11번가는 미국 아마존과의 협력 등을 통해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