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 설립된 백신 전문 기업이다. SK케미칼은 1999년 국산 1호 신약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다. 오랜 시간 축적된 제약 기술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유일 세포배양 방식 독감백신을 비롯해 수두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18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공모가(6만5000원) 기준 5조 원에 이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로 기회를 잡은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원액과 완제 의약품을 생산, 국내 도입되는 물량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노바백스와는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에 이어 기술이전까지 성사시켜 이 백신을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허가·판매한다. 업계는 관련 실적이 2분기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회사는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뿐 아니라 자체 개발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BMGF)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지원을 받아 개발한 'GBP510'은 고려대 구로병원 등에서 임상 1/2상에 돌입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국제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자체 개발하는 'NBP2001'은 지난해 11월 임상 1상에 돌입,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에 더해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유통권도 확보했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기관에 선정돼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백신을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개발에서 생산, 유통까지 코로나19 백신 사업의 전 단계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정했다. 이들은 모두 글로벌 CMO 기업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단순히 백신 개발·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바이오 분야 전체로 CMO·CDMO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종료되면 바이오의약품으로 타깃을 변경해 CMO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상장을 통한 공모 금액은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시설 확장에 투자한다. 회사에 따르면 안동 백신공장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의 생산을 맡으면서 이미 가동률 100%에 이르렀다. 사노피·GSK, 얀센, 모더나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위탁생산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던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 규모를 2019년 기준 119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로 집계했다. 이는 연평균 13.4%씩 성장해 2025년 253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백신 시장 규모는 2028년 1000억 달러(약 114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감 백신으로 시작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파이프라인은 이제 프리미엄 백신을 정조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함께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을 개발 중이다. 2018년 12월 임상 1상에 진입해 지난해 3월 미국 2상을 개시했다. 폐렴구균 백신은 1회 접종분 가격이 300달러(약 34만 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백신이다.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은 혈청 가수 20가 이상의 단백결합백신(PCV)이다.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이 압도적인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혈청 가수는 제품력의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에 다국적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종 상업화까지는 5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회사는 이밖에도 글로벌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BMGF의 지원 아래 국제보건적정기술기구(PATH)와 개발하는 소아장염 백신은 임상 3상에 들어갔으며, 국제백신연구소(IVI)와는 장티푸스 백신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