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임원진 중 한명이 파평 윤 씨이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자 이를 감시하는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선거마다 새로운 테마주가 나타나는데, 사전에 주가 조종 세력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어서다. 또 경고성 메시지가 반복되자 시장 반응도 무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5일까지 정치인, 가덕도 신공항, 전기차 관련 종목 총 39건에 대해 시장경보조치를 내렸다.
시장감시위원회는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규제하는 곳이다. 이들은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특정 종목에 소수계좌 거래가 집중된 경우 투자자 주의 환기를 위해 3단계(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로 시장경보 조처를 내리고 있다.
이날 기준 투자경고 종목은 NE능률, 덕성, 동방, 로보쓰리, 서연탑메탈, 웅진, 자안, 키네마스터, 포스코강판 등 총 9개다. 대부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관련주로 엮여 주가가 요동친 기업이다.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야권 잠룡으로 주목받자 관련주에 ‘묻지마’ 매수가 대거 몰린 탓이다.
정치인 테마주는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해당 정치인과 대표이사가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같은 집안사람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한다. 이에 정치인 관련 주식을 찾아 대거 사들인 후 지지율, 행보, 선거 이벤트 등을 확인해 큰 수익을 남기는 소위 ‘꾼’이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테마주를 집중 모니터링하다가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면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과거 2016년 대선 테마주가 활개를 치자 합동 조사단을 꾸려 불공정 위법행위를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 시기 새로운 테마 재료가 나왔고, 금융당국의 경고성 메시지가 반복되자 시장 반응도 미지근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에도 정치인 테마주가 움직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선 테마주가 너무 과열됐다고 판단해 테마주 대응반을 만들거나 내부 제보를 받는 방식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열 이전에 투자유의사항을 배포할 순 있지만, 메시지가 반복되자 시장 반응이 무뎌지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마주 관련 합동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일부 종목에 대해 심리를 거쳤고, 불공정거래 의심 종목은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테마주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도 외부에서 제재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 기관에서 감시 역할을 맡는데, 업무 부문이 겹칠 수 있다”며 “정말 과열된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대응반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투자자가 문자, 게시판 등에 떠도는 루머로 인해 거래량이 급증한 테마주를 추종 매수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