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재정적자율 목표 3.2%
기술자립 위해 연구개발에 2조7000억 위안 투자
홍콩 선거제 개편안 압도적으로 통과
양회 시작부터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제시한 목표치 6~6.5%와 같은 수준으로 전문가 예상치 8%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은 중국이 올해도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던 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면서도 수치를 조정한 것이다.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하면서 첨단산업 발전과 내수 확대 같은 장기 성장 전략에 비중을 실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상황 관리 의지도 보였다. 리 총리는 올해 GDP 대비 재정 적자율 목표로 작년의 3.6%보다 낮은 3.2%를 제시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썼던 고강도 경기부양책의 역효과로 부채 증가와 자산 거품 우려가 커지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일명 ‘부드러운 출구전략’이다.
S&P글로벌레이팅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숀 로치는 “중국의 냉정하고 유동적인 올해 GDP 목표치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들도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면서도 ‘기술자립’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회에서 공식화한 ‘제14차 5개년 계획(14·5계획, 2021~2025년)’은 모두 기술 고도화·경제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연구개발(R&D)에도 전년보다 10.6% 늘어난 2조 7000억 위안(약 47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모델도 내수와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방침이다. 미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자유무역에 기반한 기존 수출 전략에 한계를 느끼고 내수 확대를 통한 내실 키우기에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은 기술자립”이라면서 “제조 강국 입지를 굳히면서 서비스 교역을 포함, 국제사회와의 통합을 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회의 백미는 홍콩 선거제 개편이었다. 중국의 홍콩 직접 통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인대는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홍콩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인대 대표 2896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2895명, 기권 1명으로 반대는 한 명도 없었다.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중국은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전인대가 직접 법을 제정하고 이를 홍콩의 기본법에 삽입하는 강수를 택했다.
홍콩 선거제 개편은 중국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세력을 뿌리 뽑는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의 민주 진영은 정계 진출이 사실상 막힐 가능성이 크다. 중국 지도부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홍콩 선거제 개편은 이번 양회의 초점이 중국 내 위기 관리에 맞춰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