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수급 불일치에 작년 12월중순 이후부터 RP매각·통안계정예치 축소
지난해 4분기 중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은 32분기(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개시장운영 수단 중 통안채발행 비중도 9분기(2년3개월)만에 가장 적었다.
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는 연말 자금수급 불일치를 해소키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과 통안계정예치를 축소하면서 단기자금 수급을 느슨하게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중 유동성 조절규모는 18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평잔기준). 이는 직전분기대비 1조1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한은은 통상 시중 유동성 조절을 위해 통안채 발행과 RP매매(매각 혹은 매입), 통화안정계정예치를 사용한다.
부문별로 보면 통안채발행은 전분기보다 6조1000억원 줄어든 160조3000억원을 보였다. 이는 2012년 4분기(160조1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체 유동성조절규모 대비 비중도 88.7%에 그쳐 2018년 3분기(87.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안계정예치도 5000억원 줄어든 8조8000억원이었다.
이는 우선 연말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한은 차입금을 상환한 때문이다. 실제 작년 9월말까지만해도 7조9130억원에 달했던 한은 차입금은 기획재정부의 통합계정부문이 전액상환되면서 10월말부터는 양곡회계 잔액 정도인 2130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 재원 마련을 위해 국고채 발행을 늘린 것도 통안채 발행과 통안계정예치 축소의 원인이 됐다. 연말로 채권투자기관들의 북클로징까지 겹침에 따라 채권시장 수급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매각에서 매입규모를 뺀 RP순매각은 5조5000억원 증가한 11조7000억원으로 2018년 2분기(14조9000억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조절규모 대비 비중도 6.5%를 기록해 2018년 2분기(7.4%)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불안을 해소키 위해 실시했던 무제한 RP매입이 작년 7월28일로 종료된 영향이 크다. 91일물로 실시했다는 점에서 7월중 매입했던 4조200억원 규모가 10월중 만기도래했다.
한편, 연말인 12월 중순부터는 RP매각과 통안계정예치를 축소해 자금사정을 여유롭게 가져갔다. 올 들어 1월 중에도 전월대비 각각 3000억원과 1조1000억원 줄어 이같은 기조가 계속됐다. 이는 통상 연말엔 법인에서 머니마켓펀드(MMF) 환매가 증가하고, 은행권에서 재무비율 관리 등에 나서면서 RP시장을 중심으로 단기금융시장 자금수급 불일치가 나타나곤 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보는 그대로다”며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따로 해줄 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