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소비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일본 맥주들이 편의점 납품가를 인한다는 소식이 들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 맥주 수입량이 1072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0.3% 늘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일본이 2019년 7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이후 일본 맥주 수입은 급감했다. 같은 해 6월 9462t에서 7월 5131t, 8월 245t에 이어 9월에는 4t까지 쪼그라들었다.
5개월 새 일본 맥주 소비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예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 2019년만 9462.4t에 달했던 일본 맥주 소비량은 현재 1072.2t으로 불매운동 1/9토막 수준이다.
다만 작년 6월 277.4t까지 쪼그라들었던 것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소 느슨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수출 규제 이전과 비교하면 무척 적지만 판촉 행사도 조금씩 이뤄지며 편의점 매대에 일본 맥주가 다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불매운동이 느슨해진 것일까.
국가별 수입규모를 살펴보면 한동안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는 지난해 기준 9위까지 떨어졌다. 그 자리는 중국과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채웠다.
하지만 범위를 확대해 보면 불매운동이 어느정도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급감했던 대일 무역적자가 지난해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208억4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전년의 191억6000만 달러보다 16억8000만 달러 늘어난 액수다.
일본으로 향한 수출물량은 전년보다 11.8% 급감한 250억8000만 달러였으나 일본에서 들여온 수입 물량은 3.5% 소폭 감소한 459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 적자 1위 국가로, 일본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연간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냈다.
그러다 2019년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그해 무역적자는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19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의 제품 판촉행사 강화 등에 힘입어 서서히 소비 물량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국내에선 여전히 불매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다. 올해 초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71.8%가 불매운동에 참여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불매운동이 (계속) 필요하다'는 응답도 69.3%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