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 문의 사항은 중소기업 통합콜센터로 문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6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인공지능(AI) 챗봇이 정책자금 관련 문의에 내놓은 답이다. 챗봇이 내놓은 보기를 따라가도, 질문을 입력해도 ‘기승전 전화’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정책자금 AI 챗봇 서비스를 전날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챗봇은 정책자금 관련 상담을 24시간 내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게 하려고 마련됐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중소기업 종합 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원스톱기업애로종합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총 84억73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소기업통합콜센터를 만들고 AI 챗봇 서비스 도입을 위한 서비스 모델도 1억 원을 들여 마련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1억 원 늘어난 116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AI 챗봇의 주요 기능은 △고객 맞춤형 정책자금 추천 △시나리오 기반 상담 △AI 기반 대화형 상담 등이다. 정책자금별 시나리오와 신청·지원절차 등 단계별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이중 핵심 서비스는 ‘수요자 기반’을 표방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고객이 업종과 자금 용도, 업력, 수출 여부 등을 선택하면 가장 적합한 정책자금을 안내하는 것.
중진공은 공단이 축적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해당 챗봇을 운영하며,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단순 상담’ 문의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주 묻는 질문 등 4000여 개 질문 데이터를 탑재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직접 챗봇을 사용해본 결과, “중소기업 통합콜센터로 문의해달라”는 안내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AI 챗봇에서 ‘고객 맞춤형 정책자금 추천’을 누른 뒤 ‘운전자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검색하고 구조조정이나 재창업은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하자, 콜센터로 전화하란 답변이 나왔다.
또한 ‘시설자금’ 중 스마트공장·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시설 도입이 아닌 경우를 찾아도 챗봇의 대답은 똑같았다. 정책자금 조건에 맞지 않으면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전화 문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질문을 직접 입력할 때는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질문을 다시 선택하라는 안내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정책자금 안내가 이뤄지기도 했다. 창업 3~7년 미만 기업이 일반자금을 받을 때 ‘3년 연속 고용인원이 증가하거나 내일채움공제 등 인재육성형 사업 참여 기업’일 경우엔 ‘창업기반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
같은 ‘비대면’이어도, 세부적인 정책자금 상담은 결국 전화 상담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30일부터 시작하는 정책자금 신청을 앞두고 통합 콜센터에 상담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중진공 관계자는 “자주 묻는 말 외의 답변을 못 하는 부분의 경우 올해 초 개소한 통합콜센터와 지역본부 등 전화 상담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며 “그래도 답변이 어려운 부분은 모니터링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이 부분을 계속 손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