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대표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막을 올랐다. 쿠팡의 미국 상장 흥행으로 확보된 5조 원의 실탄으로 국내 이커머스 석권을 내세우면서 이베이 매각도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 3위에 오른 이베이를 인수하는 업체는 네이버와 쿠팡과 함께 단숨에 빅3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만큼 전통 유통업체와 IT업체까지 참여를 선언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되는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과 함께 카카오와 SK텔레콤 등 정보기술(IT)업체,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G마켓과 옥션, G9 등을 운영한다. 지난해 거래액은 20조 원 수준으로 네이버쇼핑에 이은 3위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위 네이버(17%)에 이어 쿠팡이 13%로 2위며, 이베이는 12%로 바짝 따라 붙고 11번가(6%)도 추격 중이다.
특히 쿠팡이 상장 과정에서 확보하게 된 5조 원을 국내에서 풀필먼트 사업을 비롯한 물류센터 확보 등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지금 덩치를 불려놓지 않으면 불리한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내에 고조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사업에 특화된 업체인 만큼 현재 온라인 사업이 부진한 전통 유통업체로서는 구미가 당길만한 매물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 시장 안착에 난항을 겪고 있는 롯데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이베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직매입 위주로 온라인 사업에 나서고 있는 이마트도 네이버와 협력에 이어 이베이 인수전에 나섰다. 신세계ㆍ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은 지난해 50%에 육박하는 성장세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슈퍼루키’로 분류되지만 거래액은 4조 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베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거래액 20조 원이 넘는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11번가의 대주주인 SK텔레콤도 예비입찰을 앞두고 막판에 경쟁자로 합류했다. SK텔레콤은 기업공개(IPO)를 앞둔 데다 아마존과의 협력까지 준비중인 11번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SK텔레콤과의 ICT 플랫폼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고심 끝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와 이베이를 동시 운영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최초로 온라인 배송에 나선 원조지만, 지난해 홈플러스 온라인 사업 거래액은 1조6000억 원에 불과해 반전카드가 절실하다. MBK가 이베이를 품에 안으면 쿠팡을 위협할 또 하나의 유통 포식자로 등극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예비 입찰에 불과해 본입찰을 진행하면서 어느 업체가 완주할지는 미지수다. 이베이의 매각 희망가는 5조 원이다. 하지만 최근 쿠팡의 상장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와 업체들의 재평가를 받으면서 이베이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재편이 시작되는 한 해”라며 “쿠팡과 포털사이트 중심의 높은 점유율 상승이 예상되고, 이베이코리아의 매수 주체에 따라 시장 내 단기적 경쟁 심화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