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LH 투기 농지 강제처분...대토보상없다"
신도시 투기 의혹이 외지인은 물론 외국인으로까지 번졌다. 수사 책임을 맡은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부는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는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차등 보상하기로 했다.
중국인ㆍ캐나다인까지 광명ㆍ시흥신도시 투기 가세
참여연대와 민변은 농지 소유자 주소지가 시흥시와 거리가 멀거나 토지 취득 후 농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투기로 의심했다. 원칙적으로 대부분 농지는 경자유전(耕者有田ㆍ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갖는다) 원칙에 따라 자경(自耕ㆍ스스로 농사를 짓는 것) 계획을 담은 '농지 취득 자격증명'을 발부받아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이 파악한 과림동 일대 농지 소유자 중엔 울릉도와 경남, 충남 등 외지인과 캐나다인, 중국인 등 외국인도 포함됐다.
과도한 대출을 끼고 매입한 농지도 투기를 의심해야 한다는 게 참여연대와 민변 측 주장이다. 한 달 이자만 수십만 원씩 나간다면 주말농장용 농지 매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과림동 한 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거래된 전답(논과 밭) 131건만 분석해도 3분의 1가량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로로 LH에서 시작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은 민간인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일각에선 투기 의혹 직원이 다수 나온 LH 전북지역본부가 전북지역 민간인이 3기 신도시 땅 투기에 뛰어드는 매개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민간인 처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의혹이 커지면서 수사 책임을 맡은 특수본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기준 투기 사건 37건과 관련자 198명을 내사ㆍ수사 중이다. 12일 100여 명을 수사 중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도 안 돼 수사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날은 LH와 국토교통부, 투기 의혹 LH 직원들이 이용한 금융기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 내사ㆍ수사 대상에는 3기 신도시 개발에 참여한 공무원과 LHㆍ지방 공기업 직원은 물론 정치인 등 민간인까지 포함됐다. 특수본은 정치권 논의대로 신도시 투기를 수사할 특별검사가 임명되더라도 별도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민간인 투기는 적발ㆍ처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공직자는 업무상 비밀 이용이라는 명확한 처벌 사유와 환수 규정이 있지만 민간인엔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나마 거론되는 게 농지 처분 명령과 함께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구형할 수 있는 불법ㆍ편법 농지 취득이다. 미개발 지역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 특성상 농지가 투기에 이용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농지 처분 명령이 집행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형까지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LH 직원들처럼 농지에 묘목 등을 심어놓고 방치하면서 농사를 지었다고 주장하면 처벌은 더 어려워진다.
정부는 일단 보상제도부터 손보기로 했다. 투기 의심자는 대토(토지 수용 대가로 주는 토지ㆍ주택) 보상에서 제외하고 토지만 현금으로 청산해주기로 했다. 보상금 증액을 노리고 비정상적으로 빽빽하게 심은 농작물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
시민사회에선 근본적으로 농지제도를 개편해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취득 규정 강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규정 축소, 농업ㆍ농민과 관련 없는 농지 전용(轉用) 원칙적 금지 등을 정치권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