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성귀수가 아르센 뤼팽 전집을 완성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1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21년 차 번역가 성귀수가 출연해 ‘괴도 뤼팽’의 잃어버린 9장 원고를 찾아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성귀수는 “모리스 르블랑의 작품 중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엮기는 과정에서 9챕터가 누락됐다”라며 “1941년에 20편이 나왔는데 르블랑이 그해 사망했다.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챕터가 없으니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고 이상해졌다. 결국 르블랑의 아들이 모든 책을 회수하고 책도 내지 않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된 거다”라며 “2000년 초에 번역을 기획하며 이 시리즈를 제외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권수가 쌓이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털어놨다.
이후 성귀수는 갖은 노력 끝에 직접 파리로 날아가 뤼팽을 연구하는 연구가를 만났고 빠진 9챕터를 손에 넣었다. 당시 연구가는 프랑스에서도 하지 않는 일을 한국 사람이 나서서 관심을 가졌다는 것에 감동받아 원고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 끝에 뤼팽 전집은 941년 이후 62년 만에 완성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고 성귀수는 에피소드를 복원해 뤼팽 전집을 낸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번역가로 기록되었다.
이에 대해 성귀수는 “그전까지는 추리소설에 조예가 깊지 않았다. 그저 번역하는 사람으로 직업의식이 있었던 거 같다”라며 “그때 한국에서 추리소설은 아이들이나 읽는 것이란 인식이었다. 아이들 만화로 각색되거나 일본 번역본을 재번역한 것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번역하는 사람들은 원전 번역이 아니면 불만스럽다는 결벽증 같은 게 있다. 일반 독자들이 그런 책에 기반해 지식을 갖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라며 “그때 저는 원전을 복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없던 열정이 생겼고 거기까지 갔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