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행사도 이사회 위임키로
핀둬둬 연간 사용자 수 알리바바 추월
중국 정부 IT 업계 단속 강화에 부담 해석도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방송에 따르면 황정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하고, 더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직책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3년간 지분을 놓지 않겠다면서도 의결권 행사를 이사회에 위임하기로 하면서, 경영 방향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천레이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직도 겸임하게 된다.
이러한 소식은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황정 회장은 아직 41세로 젊고 회사가 한창 고성장하는 시점에서 나온 발표였기 때문이다. 황정 회장이 2015년 설립한 핀둬둬는 불과 5년 만에 인터넷 통신몰 이용자 수에서 인터넷 공룡 알리바바그룹홀딩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핀둬둬는 지난해 연간 실질 사용자 수가 7억8840만 명으로 알리바바(7억7900만 명)를 제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세 속에서 황정 회장 본인의 재산도 나날이 증대되던 참이었다. 이달 초 발표된 중국 후룬보고서에 따르면 황정 회장은 중산산 농푸산취안 CEO, 마화텅 턴센트 CEO에 이어 중국 부호 3위에 랭크됐다. 평범한 공장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40대 젊은 사업가가 이뤄낸 성공신화였다.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가 돌연 ‘조기 은퇴’를 선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정 회장 본인은 사임 이유를 새로운 세대의 리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회사 내부 경영진의 발전을 가속화했다”며 “핀둬둬가 이미 거대 자본 모델로 전환된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환경은 다음 세대 경영자의 성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최근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단속과 감시를 강화하면서 황정 회장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중국 금융 당국에 대한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의 작심 비판 이후 반독점·개인정보 보호 등을 명분으로 한 당국의 IT 기업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2일에는 알리바바 산하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후샤오밍 CEO가 돌연 사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