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입했지만 매년 적지 않은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대 창업과 최대 폐업이 모두 식당, 점포와 같은 생계형으로 나타나 지원 정책 방향과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이투데이가 지자체 인허가를 받은 전국 190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3만984개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26.51%)과 경기도(23.14%)에서 가장 많았고 부산(6.37%), 경남(4.84%)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현재(2월 말 기준) 3만2669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업 기업 수는 2018년 23만619개 △2019년 24만6736개 △2020년 23만985개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대 창업이라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내실화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제2 벤처 붐’ 근거로 제시한 지난해 역대 최대 창업 기업 수(148만4667개사)는 사실상 생계를 위해 뛰어든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사업자등록 의무화로 연초 급증한 부동산업(43만7853개, 29.5%)을 제외하면 도ㆍ소매(39만55개, 26.27%), 숙박ㆍ음식점(16만6548개, 11.21%)이 전체 창업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같은 해 가장 많이 문을 닫은 업종도 판매업(8만3239개, 36.03%)과 음식점(7만5645개, 32.74%)으로 창업과 폐업 상위 업종이 유사했다. ‘최대 창업’의 미명이 ‘최대 폐업’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창업 붐은 사실상 통계적 착시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창업지원 통합예산은 2019년 1조1181억 원, 2020년 1조4517억 원, 올해 1조517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처별로는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중소벤처기업부(1조2330억 원)가 가장 비중이 높았고, 문화체육관광부(491억 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45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자체별로는 핀테크랩을 운영하는 서울시(237억 원)를 비롯해 경기도(206억 원), 대전시(77억 원) 등이 지원하고 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대부분 △사업화(8745억 원) △R&D(4207억 원) △시설보육(1080억 원) 등 기술 창업(과학ㆍ정보통신ㆍ제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술 창업은 22만8949개사로 전체의 15.42% 수준에 머물렀다.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도ㆍ소매, 숙박ㆍ음식점 창업(37.48%)에도 현저히 못 미치면서 지원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분들이 식당이나 점포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는 결코 올바른 창업이 아니다”라며 “과잉경쟁으로 인해 폐업률도 높을 수밖에 없는데 최대 창업에도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 정책은 기술 혁신 창업이 더 활발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