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톈안먼 사태 이후 인권 이유 첫 중국 제재
중국, 유럽 10명·단체 4곳 제재 등 맞대응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과 관련해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와 천밍거우 신장 공안국장 두 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EU 역시 북한과 러시아 등 6개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포함했다. 영국과 캐나다도 4명의 중국 관리와 단체 1곳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제재 조치가 EU와 영국, 캐나다와 보조를 맞춘 것임을 언급하면서 “국가 간 공동 대응은 인권을 억압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협력국들과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인권 탄압 증거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 조치 일환”이라면서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여행 제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EU와 영국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중국에 책임을 물은 것은 1989년 톈안먼 사태 관련 무기 금수 조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EU는 미국과 달리 중국과의 대립을 피하는 쪽을 추구해 왔다”며 “하지만 톈안먼 사태 이후 EU가 처음으로 의미 있는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은 태도 변화를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이러한 단체 행동에 중국도 EU에 대한 보복 제재를 발표하면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확산시킨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기로 했다”며 “관련 인사와 그 가족들은 중국 본토·홍콩·마카오에 입국할 수 없게 되며, 그와 관련된 기업 및 기관도 중국 왕래에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동시 제재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충돌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은 지난 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1박 2일간의 고위급 담판을 벌였지만, 갈등만 확인한 채 공동 발표문 없이 빈손으로 회담을 마무리했다. CNN방송은 당시 “미·중 알래스카 회담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불길한 시작”이라며 “이번 회담이 양국의 긴밀한 관계로 발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중국 관계자들은 회담 결과를 우려할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고위급 회동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이번 서방국들의 단체 행동은 미·중간 갈등이 서방국가와 중국의 대결 구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동맹을 결속해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압박책에 서구권이 일제히 호응한 것이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이 이날부터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하는 데 앞서 미국의 보조를 맞추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부터 25일까지 유럽을 방문, EU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동맹 강화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