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는 한 인간이었고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다른 희생자들처럼 엄마도 그런 일(총격)을 당할 이유가 없다"
고국을 떠나 머나먼 땅에서 힘겹게 살아갔을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슬픔이 분노로 바뀌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1968년 인종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폭력을 가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연방법에 마련된 이래 47개 주에 증오범죄를 규제하는 법이 도입됐습니다. 이에 따라 증오범죄로 인정될 경우 가중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수사당국이 애틀랜타 총격사건에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할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사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인데다 범행 전 ‘아시아인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인데 말이죠.
당초 수사당국은 '성중독'을 범행동기로 섣불리 규정하려다가 비난여론에 부딪혀 뒤늦게 증오범죄 가능성을 검토하고 수사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사건발생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수사당국은 증오범죄임을 입증할만한 것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니 과연 수사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듭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의심은 합리적 추론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방수사국(FBI) 증오범죄 통계를 보면 재작년 '증오범죄통계법'(Hate Crime Statistics Act) 적용을 받는 법집행기관 86.1%가 자신들의 관할구역에선 증오범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대통령까지 인종차별주의적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미국에서 말이죠.
증오범죄를 적용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증오범죄 혐의는 '형법이 규제하는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만 보면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다른 혐의와 달리 '왜 나쁜 짓을 했는지'를 규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아시아계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흑인들과 달리 반(反)아시아계를 뜻하는 공통된 상징이 없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를 인종차별이라고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피츠버그대 법학 교수인 왕루인은 "흑인 반대, 유대인 반대, 동성애 반대 증오범죄는 전형적이며, 좀 더 분명한 형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법의 첫 번째 큰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