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만큼이나 화제…윤여정, 유창한 영어 실력 비결은?

입력 2021-03-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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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말 한마디에 해외 관객들 웃음 '빵'
늦은 나이에 배운 영어임에도…
적재 적소에 사용하는 다양한 '부사'
쉬운 '동사' 원어민처럼 다양하게 활용
윤여정의 유창한 영어 실력 비결은?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뛰어난 연기력과 최근의 눈부신 성과만큼 공식 석상에서 위트 넘치는 만담과 영어 실력이 화제다.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를 익힌 조여정은 미국에서 귀국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영어 실력은 여전히 유창하다.

물론 원어민같이 능수능란한 발음과 고급 어휘를 구사한 건 아니다. 문법도 가끔 틀린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윤여정이 말을 꺼내면 해외 관객들은 빵빵 웃음을 터뜨렸고, 모두가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 이런 뛰어난 영어 실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다양한 '부사'

"I highly appreciate it. work with you…. (중략) I greatly appreciate it, this award."

"(이재용 감독에게) 당신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매우 고마웠어요…. (중략) 이 상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진제공=판시네마)

2016년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의 시상식 소감 중 일부다. 윤여정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매우', '몹시'를 뜻하는 'very' 대신 'highly', 'greatly'를 사용한다. 쉬운 단어지만 다양한 단어를 사용해 어휘력이 더 풍부해 보인다. 이처럼 같은 뜻이라도 다양한 부사를 활용하면 원어민처럼 풍부한 표현을 쓸 수 있다.

쉬운 동사를 원어민처럼 다양하게 활용

"But It came out well." "다행히 영화가 잘 나왔어요."

"We lived together almost, trying to save the money." "돈을 아끼려고 저희는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어요."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선댄스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윤여정이 한 말이다. 한국인에게 'come'은 오다, 'save'는 저장하다는 뜻이 익숙하다. 한국의 주입식 영어 교육이 그렇게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come, save, go, take 같이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는 실제 상황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Go는 '가다'라는 뜻 외에 "it went well"(잘됐어)처럼 쓰이기도 하고, take는 '갖다'라는 뜻 외에 "Let's take a taxi"(택시 타자)처럼 교통 수단을 타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굳이 어려운 어휘를 쓰지 않더라도 쉬운 동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윤여정처럼 훨씬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특유의 위트와 자신감이 담긴 '농담'

"They are so serious. I'm not that serious."

"다른 사람들은 굉장히 진지하네요. 하지만 전 그렇게 진지하지 않아요."

(사진제공=비즈엔터)

제법 진중한 대화가 오가던 와중 관객의 웃음을 빵 터뜨린 건 윤여정의 "I'm not that serious"였다. 그의 재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영화가 독립영화라 고생할까봐 하기 싫었다는 농담("I didn't wanna do it. Because I knew this was going to be an independent movie. That means, I'm going to suffer with all the things.")이나 자신을 전설적인(legendary) 배우라고 소개한 정이삭 감독의 말에 "전설적이란 말은 내가 늙었단 뜻이잖아"("Isaac, Legendary means I am old)라고 말하는 등이다.

윤여정 특유의 자신감과 여유는 실수할 때도 변함이 없다. 문법이나 단어 실수를 해도 그는 개의치 않고 할 말을 마친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에 모두가 귀기울인다.

또 윤여정의 농담은 상투적이거나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하기 싫었다는 솔직함에서 이른바 '노오력'을 틀에 박힌 기성 세대의 사고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언어도 하나의 도구일 뿐. 유창한 언어 실력보다 윤여정의 말에 담긴 진정성이 해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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