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단순매입 정례화보단 상황 따라 “시장금리 상승 요인, 속도, 폭 봐가며 결정”
“금리 변동성 확대·수급불균형 심화 등 필요시 통안채 발행규모 유연하게 조정”
“향후 성장과 물가 여건이 개선될 경우 그간 시행해온 이례적인 완화조치들을 어떻게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갈지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
2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남은 1년 임기동안 집중할 최우선 과제 3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말까지다.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상향조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주요국에서 확장적 거시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 국내경제도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경이 집행될 경우 금년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라며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올해 국내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물가 상승률은 2분기 중엔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하반기에도 대체로 1%대 중후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다. 연간으론 지난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보복소비가 분출될 경우 일시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코로나 감염상황이 빠르게 진정돼 그간 억눌렸던 수요(pent-up demand)가 분출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겠다”면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은 2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3.0%로,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상향조정한 1.3%로 제시한 바 있다.
성장률 및 물가 상승,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확대 등에 따른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고채 단순매입에 대해서는 정례화하기 보단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총재는 “시장안정화 차원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그 규모를 사전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 상승의 요인, 속도와 폭 등을 보아가며 결정한다”고 말했다.
필요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이 총재는 “통안채 향후 발행규모는 기존과 같이 유동성조절 필요규모에 따라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중단기 금리 변동성 확대 또는 채권시장내 수급불균형 심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성이 커지는 경우 이번과 같이 단기적으로 발행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은은 단기물 채권시장금리가 급변동하자 이달 17일(2년물)과 22일(1년물) 통안채 입찰규모를 당초 예정액대비 50%씩 줄인 바 있다. 통안채 발행물량 축소는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예상밖으로 당선되면서 불거진 트럼프 텐트럼(tantrum·발작) 이후 처음이었다.
이밖에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일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당분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질의응답은 한은 출입기자들이 사전에 서면으로 제출한 주요 현안 질문에 서면답변 형식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