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유엔 제재 위반...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악영향 우려
북한이 25일 무력 도발을 강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한 사실이 확인되자 오전 9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90분동안 열린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이번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정밀 분석하면서 관련 협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미국 당국은 북한이 지난 21일 오전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저강도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무력시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 8~18일까지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그리고 17~18일 이뤄진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기간 동안에는 도발로 읽힐 수 있는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블링컨 장관의 북한인권 상황 비판에도 침묵했다.
그러다 지난 18~19일까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인 21일에는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회담을 지켜본 뒤 무력시위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미 모종의 도발이 준비되고 있음을 예고해둔 상태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18일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북한은 구두경고로 시작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점차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더 강한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한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반면 이번 북한의 도발이 막바지에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의 신대북정책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일 3국 국가안보실장은 다음 주 회담을 열고 북한 문제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북한의 무력 도발이 단행되면서 한반도 평화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