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구체적인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인적분할을 통한 중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4~5월 중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연내 분할과 재상장을 마무리도 가능하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상 관련 작업에 6개월 내외가 소요되는 만큼 빠르면 4~5월 중으로 지배구조 개편안 내용 공유를 기대한다"며 "여기에 올해 말 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의2 일몰, 연말 이후 지주회사 행위요건 강화 등도 지배구조 개편 시점을 상반기로 강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2018년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의지를 내비친 이후 처음으로 지배구조 개편 착수 시점까지 공식화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KT도 주가가 오르는데 SK텔레콤 주가는 움직이질 않는다'는 주주의 불만에 "기업가치로는 SK텔레콤이 10조 원, SK하이닉스가 100조 원이 넘는데 주가가 기업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생각을 마지막 수단으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본업인 이동통신사업(MNO) 회사를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고,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신설 MNO 기업, SK브로드밴드,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거느리는 구조다. 이후 SK텔레콤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가능한 이동통신 사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닌 신사업에 대한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일례로 SK텔레콤내 자회사들인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WAVVE,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은 통신서비스 산업 울타리에 묶여 주가수익비율(PER) 10배에 갇혀 있다.
김승회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통신 부문의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올해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데, 현재 SK텔레콤 주가에는 자회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고 있다"며 "원스토어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등의 IPO도 추진할 예정으로 점차 동사 기업가치에 자회사 지분가치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지배구조 재편이 SK하이닉스 자회사 편입 등의 측면에서 물적분할 보단 인적분할을 통한 중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예상되는 인적분할 과정은 크게 3단계로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SK텔레콤 보유 자사주 11.7% 의결권 부활)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지분 공개매수(현금매수 보단 사업회사 지분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방식 예상) △SK와 SK텔레콤 지주회사간의 합병(오너 지분율(현재 18.4%) 희석 최소화를 위해 SK보유 자사주(25.7%)활용 예상) 등이다.
지배구조 재편 이후 기업 가치는 상승할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SK텔레콤의 합산가치는 27조3000억 원으로 현재 시가총액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SK텔레콤의 통신사업 13조7000억 원(무선사업·SK브로드밴드·자사주)과 SK텔레콤홀딩스 13조6000억 원으로 현재 SK텔레콤의 시가총액 20조5000억 원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