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낡은 다세대·다가구…코로나 공실에 집 헐 고민도
임대·임차인 모두 패싱한 정책…'대·차·정' 함께 해법 찾아야
지난해는 임대사업자, 특히 등록임대사업자(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임대사업자)에게 힘든 한 해였다. 임대료 증액 제한 등 공적 의무 준수 전수조사로 서류와 씨름을 벌이던 와중에 정부가 단기임대주택과 아파트 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했다.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양도소득세ㆍ재산세 등 세제 혜택이 다주택 투기를 부추긴다는 명분에서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양성화해 전ㆍ월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권 초 약속을 3년 만에 뒤집었다.
투기 세력으로 몰린 등록임대사업자들은 뿔이 났다.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로 늘어날 세금 부담도 막막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전업 임대사업자였기에 제도 개편 부담이 다른 사람보다 컸다. 성 회장은 "도움받을 데가 없었다"며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두드려 맞나. 우리를 대변할 창구가 필요했다"고 떠올렸다. 임대인협회는 지난해 8월 설립 인가를 받고 연말부터 회원을 받고 있다. 현재 전·현직 임대사업자 약 1200명이 협회에 가입했다.
성 회장에게 임대사업자 제도 개편 이후 고충을 물었다. 그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분들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합산 과세 대상이 되고 임대소득세 감면을 못 받게 되면서 세금 부담이 늘었다"면서 "지방에 낡은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갖고 있는 분들은 코로나로 인한 공실까지 겹치면서 집을 헐고 토지 형태로 갖는 것까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살아남은 비(非)아파트 장기임대주택도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보험 가입 자체가 난관이다. 임대 계약 후 3개월 안에 임대차 계약 조건(임대 기간, 임대료 등)을 신고해야 하는데, 보험 계약 대기물량이 많아 가입 자체가 쉽지 않다"며 "위정자들이 법안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이어 "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시행되면 30일 안에 계약 조건을 신고해야 하는데 엄청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한숨 쉬었다.
성 회장은 임대사업자 제도가 집값을 올렸다는 주장엔 선을 그었다. 그는 "등록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중은 10%밖에 안 된다"며 "정부가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원망을 돌릴 희생양을 찾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도 지난달 국회에서 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이 아파트값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임대사업자가 갖고 있는 전체 물량 중 대부분이 다세대ㆍ다가구ㆍ연립주택이고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된다"고 답했다.
성 회장은 "나라에서 임대 시장을 100% 책임질 수 없다"며 "규제 일변도로 갈 게 아니라 시장 흐름에 맞춰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임대차시장에 관해선 임대인ㆍ임차인 모두 패씽(무시)된 상태"라며 "대ㆍ차ㆍ정(임대인ㆍ임차인ㆍ정부)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