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상 더 큰 민간 전환 원해"…LH는 땅 투기로 협상력 바닥
'민간 재개발 활성화' 공약까지…주민 동의 얻기 더 어려워질 듯
정부가 ‘공공재개발’(공공 참여형 재개발) 2차 사업지 16곳을 발표했다. 이로써 서울 내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는 총 24곳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사업 전망은 어둡다. 사업 대상 지역 주민은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사업을 주관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땅 투기로 신뢰성을 잃고 표류 중이다. 또 후보 구역 내 공공재개발 반대 여론 설득과 주민 동의 과정도 거쳐야 해 사업 완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29일 선정한 공공재개발 2차 사업 후보지 16곳은 △성북구 성북1‧장위8‧장위9 △영등포구 신길1 △노원구 상계3 △강동구 천호A1-1 △동작구 본동 △성동구 금호23 △종로구 송인동 1169 △양천구 신월7동-2 △서대문구 홍은1‧충정로1‧연희동 721-6 △송파구 거여새마을 △동대문구 전농9 △중랑구 중화122 등이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주로 역세권 5만㎡ 이상 대규모 주거지다. 이곳에는 현재 총 1만 가구가 거주 중이며, 사업 시행 후 1만 가구가 늘어나 총 2만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재개발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기존 민간 재개발보다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용적률 상향 혜택도 주어진다. 그 대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추가 공급 물량의 최대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사업 후보지는 주로 민간 재개발 사업 추진에 부침을 겪은 노후 주거지로, 해당 지역민은 공공재개발 추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성북1구역 주민 A씨는 “우리 구역은 2001년부터 민간 재개발을 추진했는데 매번 엎어진 곳”이라며 “민간 사업으론 안되는 것을 공공재개발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으니 기쁘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 유력 후보지로 꼽힌 마포구 아현1구역과 한남1구역 등은 주민 반대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탈락했다. 국토부는 “아현1과, 대흥5, 도림26-21, 신길16, 신길밤동산, 번동148, 용두3, 하왕십리는 용적률과 높이 제한 완화만으로는 사업성 개선에 한계가 있어 보류했다”며 “또 한남1과 고덕2-1, 고덕2-2, 성북4 등은 주민들의 반대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5월부터 주민설명회를 시작해 2022년 정비구역과 시행자 지정을 목표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사업을 이끌어갈 LH는 땅 투기 사태로 공공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민간 소유주를 대상으로 재개발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땅 투기로 협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1월 선정한 1차 후보지 8곳 중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곳은 봉천13구역 단 한 곳에 불과할 정도다.
주민 동의를 얻는 일도 만만찮다. 공공재개발 사업 신청은 전체 주민 중 10%만 찬성하면 됐지만, 사업 진행을 위해선 전체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LH 사태로 공공 주도 사업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데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 모두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상황이라 공공재개발 사업 동의를 얻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대흥5구역 인근 N공인 관계자 “탈락했으니 하는 말이지만 사실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것도 소수가 신청한 것이지 전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이번에 선정된 다른 구역에도 상가 등을 보유한 조합원의 반대 의견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