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캐피탈 블록딜 쇼크에 월가가 패닉에 빠졌다. 블록딜 물량 폭탄으로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고 월가 투자은행(IB)들은 막대한 손실 위기에 처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1998년 거액의 손실을 발생시켰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이후 최대 헤지펀드 쇼크로 기록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IB 시장의 맹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블록딜은 왜 일어났나?=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아케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아케고스)는 패밀리오피스 투자사다. 그동안 아케고스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에 투자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술주가 급락하자 IB들이 마진콜을 요구했는데 아케고스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반대 매매, 즉 이들 IB로부터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한 것이 대규모 블록딜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마진콜은 손실 등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질 경우 이를 보충하라는 요구를 뜻한다.
통상 강제 처분되는 주식의 매각 대금은 애초 은행이 빌려준 금액보다 적어서 IB로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어떤 주식 거래로 손실이 커졌다고 판단해 강제 처분에 나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결정타가 26일 비아콤CBS 증자 발표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아콤CSB가 당시 증자를 발표하자 회사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IB들은 왜 손실을 보게 됐나?=이번에 공개적으로 손실 가능성을 언급한 은행은 노무라홀딩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 두 곳이다. 노무라홀딩스는 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예상했고, CS는 구체적인 손실액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최대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은행은 손실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아케고스와 관련된 거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은행이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BS)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BS는 헤지펀드나 패밀리오피스의 거래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다. PBS는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사업부문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노무라와 CS 외에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도이치방크, UBS 등도 아케고스에 PBS를 제공했다.
저금리 기조에 IB들이 아케고스뿐만 아니라 다른 헤지펀드에도 무분별하게 레버리지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대 헤지펀드의 평균 레버리지는 지난해 6월 기준 15.9배에 달했다.
문제는 아케고스가 설정한 투자 포지션이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추가 손실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지난 26일 블록딜로 풀린 포지션은 200억 달러가 넘었는데 WSJ는 총 포지션이 300억 달러, 블룸버그는 500억 달러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케코스 사태가 ‘제2의 롱텀캐피탈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롱텀캐피털은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지급 유예) 등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자 파산했고, 롱텀캐피탈에 대출을 해줬던 IB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