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데이트 끊길 우려도… 협력사는 존폐기로
"사무직 노조에 가입하면, 지방으로 발령 나나요?", "사업에서 철수하면 LG 스마트폰 업데이트는 어떻게 되나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재검토 계획을 밝힌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소문과 걱정이다. MC사업본부 직원들은 본인의 거취에 대해 두 달 넘게 고민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사후관리(AS)의 중단을 우려한다. 협력 업체들 역시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31일 LG전자 블라인드와 내부 직원 등에 따르면 최근 설립된 사무직 노조에 가입하면 경력 등과 전혀 관계없이 지방 발령이 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이 어린 직원들이 적응력이 빠르니 나이순으로 유리한 보직이나 계열사로 이동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향후 사업부 철수가 확정되면, MC사업본부 직원들이 이동할 곳은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를 비롯해 신설되는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등이 거론된다. LG전자 내에선 전장(VS) 사업본부 혹은 창원공장 등 지방 발령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미 2019년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할 당시, 평택 스마트폰 생산인력을 창원 생활가전 생산 공장으로 재배치한 바 있다.
LG전자 한 직원은 "누구든 좋은 계열사로 가고 싶어하지 않겠느냐"며 "재검토가 길어지면서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원하는 사업부로 가기 위해 청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부 명령이 있었다고도 알려졌다.
회사 측에선 "현재 위치에서 하고 있던 일을 계속하라"는 내부 메시지를 내놨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3700여 명에 달하는 MC사업본부의 상당수 직원은 일손을 놓고 있다. 신제품 개발 등이 중단된 탓이다.
현재 MC사업본부 매각은 사실상 중단되고 철수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이 우세하다. 베트남 빈 등 시장에서 다수의 기업이 거론됐지만, 스마트폰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토대한 추정이었을 뿐 실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기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에 와서 어떤 식으로든지 사업을 다시 이어간다고 결정하는 건 더욱 어렵다.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누적 손실액은 약 5조 원에 달한다. 가전과 TV 사업에서 번 돈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사업 철수로 결정 난다면,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LG전자는 최근 LG벨벳, V50 등 기존 스마트폰 재고를 이벤트와 파격 할인행사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SK텔링크의 알뜰폰 브랜드인 SK세븐모바일은 지난 24일 특별 이벤트를 통해 지난달 알뜰폰 전용으로 출시된 벨벳 LTE모델을 공짜폰 수준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 사업 철수 시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은 업데이트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며 "사업부 철수 후, 업데이트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먼저 사업부 방향성이 결정돼야 직원들의 이동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향후 계획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고만 밝혔다.
협력 회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표적으로 LG전자 1차 협력사 일야는 최근 실적 악화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 측은 "주요 매출처인 LG전자 스마트폰 생산 중단 결정에 따른 거래 종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직접적인 타격은 LG전자가 2019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면서부터다.
당시 회사는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에 따른 국내 발주량이 급감했다"며 "LG전자 매출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적자 지속으로 파트너십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결국 협의가 안 됐고, 지난해 협력관계를 종료했다.
이번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베트남 라인 이전보다 훨씬 큰 충격이다. 1차 협력사 일감이 없어지면, 2, 3차 협력사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본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협력업체는 수백 개에 달한다. 게다가 2019년 생산 설비를 들고 함께 베트남으로 간 회사들도 몇 년 만에 설비를 철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