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투자자 HAAH, 예정 시한까지 투자의향서 보내지 않아…공은 법원으로 넘어가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력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예정된 시한까지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지 않으면서다. 이제 쌍용차의 앞날은 법원이 결정지을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AAH는 이날 오후까지도 쌍용차에 투자 의향서를 보내지 않았다. HAAH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저녁 시간대임을 고려하면, 이날 의향서가 전달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HAAH의 투자의향서를 보정명령 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HAAH는 31일(현지시간)까지 투자 여부를 결론짓고 투자의향서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쌍용차에 밝혔다.
쌍용차는 HAAH의 투자의향서가 한국 시간으로 이날 새벽에 전달되면 내용을 검토한 뒤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전달받지 못하며 쌍용차는 보정서만을 법원에 제출했다.
HAAH가 침묵을 유지하며 쌍용차의 P플랜(단기법정관리) 돌입도 불투명해졌다.
P플랜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쳐 법원 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와 함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수용하며 회생 개시 시점이 미뤄졌다. 쌍용차는 이 기간 내에 HAAH의 투자를 받아 P플랜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HAAH는 자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 측이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 결정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전략적 투자자(SI)로 캐나다 업체 1곳, 금융투자자(FI) 중동 업체 2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3700억 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공익채권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법원이 당장 회생 개시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제출한 보정서를 채권단 등과 검토한 뒤 앞으로의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법원은 이미 석 달 가까이 회생 개시 결정을 미룬 상태라 마냥 쌍용차의 P플랜 돌입을 기다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특정 날짜를 지정하고, 그 이후에 법정관리에 돌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쌍용차의 자본잠식률은 111.8%다. 한국거래소는 13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쌍용차의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쌍용차는 전날 평택공장 등 165개 토지 자산을 재평가받기로 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 등 유형 자산을 구매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다시 평가하는 작업을 말한다. 재평가만으로도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유동성 악화에 빠진 기업에 효과가 있다.
재평가 대상의 장부가액은 4025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평택 지역 땅값이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재평가 후 쌍용차의 자산이 부채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며 상장폐지를 피할 수도 있다.
쌍용차는 2011년에도 평택공장 등의 토지자산을 재평가했다. 당시 2081억 원 수준이던 자산의 장부가액은 재평가 후 4698억 원으로 늘어났다. 2621억 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전체 자산 총액의 18.88%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