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세일 건너뛴 백화점 세일 첫 주말 매출 40~70% ‘폭등’…대형마트ㆍ편의점도 고객 몰려
# 3일 오전 10시 30분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백화점 오픈까지는 30분이 남았지만, 롤렉스 매장에는 수십명이 30m 가량 줄을 서 있다. 점포 직원은 줄 서 있는 고객에게 거리두기와 손소독을 권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0여명 안팎이던 대기줄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결혼 시즌까지 맞물리면서 더욱 길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분출되고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 종식 기대감과 따뜻한 봄 날씨를 참지 못한 소비자들이 외출에 나서면서 백화점 업계에 생기가 돌고 있다. 주로 명품과 리빙에만 쏠렸던 소비가 전 카테고리로 확대되며 이른바 '보복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신년 정기세일을 건너뛰었던 백화점은 함박 웃음이다. 백화점들은 매년 1월 신년 정기 세일을 실시해왔으나 올해는 정부의 집객 자제 요청에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지 못했다. 백화점에서 공식적으로 정기세일에 나서는 것은 작년 11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5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봄 세일 첫 주말을 맞아 층마다 소비자들로 가득 찼다.
롯데백화점은 정기세일이 시작된 2~4일 전점 매출이 지난해 동요일과 비교해 46% 올랐다. 해외명품(74%)과 남성스포츠(54%), 아동(68%), 골프(58%), 여성패션(54%) 등 대부분 상품의 매출이 솟구쳤다. 2019년과 비교해서도 15% 높아진 수치다. 교외형 아웃렛 6개점의 매출증가율도 49%를 기록했다.
신세계의 세일 첫 주말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62.5% 급등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44.2% 급등한 수치다. 여성패션(70.8%)과 남성패션(59.5%), 스포츠(54.0%), 생활(14.6%), 명품 (76.4%) 등 대부분 장르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2~4일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점 매출은 71.3% 치솟았다(신규 개장한 더현대서울과 대전ㆍ남양주의 프리미엄 아울렛 매출 포함). 명품이 121.5%로 2배 이상 솟구쳤고, 여성패션(88.1%)과 남성패션 (81.7%), 스포츠(71.9%)도 잘 팔렸다.
신규점을 제외한 기존점의 매출 증가율도 47.4%다. 2019년과 비교해서도 전점 매출은 33.7%, 기존점 매출은 14.8%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작년과 달리 따뜻해진 날씨에 외출이 늘면서 의류 구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4일까지 야구단인 SSG랜더스의 첫 경기를 기념해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 행사인 ‘랜더스데이’를 열었다. 여기에는 SSG닷컴을 비롯해 편의점 이마트24까지 동참했다. 롯데마트도 창립 23주년을 맞아 4월 한 달 동안 ‘자이언트’ 크기·용량의 상품 기획전에 나서고, 홈플러스는 창립 19주년을 맞아 ‘몰빵데이’ 등을 전개한다.
롯데마트의 2~4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요일과 비교해 18.9% 뛰었다. 과일이 14.4% 늘었고, 축산(22.1%)과 수산(33.0%), 주류(29.7%)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이마트의 3~4일 매출은 지난해 4월 첫째주 주말과 비교해 축산은 56.7%, 계란은 114.3%, 와인은 166.7% 더 팔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랜더스데이를 통해 스포츠와 유통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학을 맞아 편의점에도 소비자가 몰린다. 지난달(1~28일)까지 대학교 내부와 인근에 위치한 GS25 점포 30여곳의 빵(131.4%)과 주먹밥(194.2%)의 매출이 치솟았고, 학원가 인근 CU에선 주먹밥(258.1%), 후라이드 치킨(240.5%) 판매가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삼각김밥ㆍ김밥(61.7%)과 컵라면(24.0%)이 잘 팔렸고, 이마트24에서는 스타킹(138%)과 교통카드(86%) 매출이 좋았다.
온라인 쇼핑도 봄을 맞았다. 11번가는 최근 일주일(3월 29일~4월 4일) 동안 야외활동 관련 매출이 크게 올랐다. 맨투맨 등 의류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366% 치솟았고, 선크림(32%)과 골프의류(31%)도 잘 팔렸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는 여행ㆍ항공권이 146% 더 팔렸고, 악기(124%)와 라켓(68%) 등 취미용품 판매 신장률도 높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2월 말부터를 꼽는다.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이 높아진데 다 명절 소비가 반영됐다. 귀성 대신 높아진 선물 수요와 쇼핑객이 늘면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각각 -6.3%, -11.7%로 저조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률은 2월 들어 39.6%와 15%로 솟구쳤다.
고객이 몰리고 매출이 반등하는 것은 반갑지만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고 있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고민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영업과 다중이용집객시설간 거리두기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어 백화점과 대형마트로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매출이 워낙 좋지 않았던 데다 올해 신년 할인 행사도 없었던 터라 수치가 더 좋게 나왔다”면서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행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