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원희룡 기자회견 열고 "공시가 결정권 이양" 요구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9% 이상 오르자 전국에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2007년 평균 22.7% 오른 이후 올해 19.08% 올라 14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에 서울과 경기, 세종 등 공시가격 많이 오른 곳은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장까지 나서 공시가격 하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공시가격 산정 근거 공개’와 ‘부실 공시가격 산정 중단’, ‘공시가격 결정권 지자체 이양’ 등을 요구했다.
특히 조 구청장은 관내 공동주택 12만 가구 중 실거래된 4284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 이상인 곳이 208가구(4.8%)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된 서초동 한 아파트의 거래가격은 12억6000만 원(전용 80㎡형)이지만 공시가격은 15억3800만 원으로 결정됐다. 현실화율은 122.1%에 달했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서초동 아파트의 경우 현실화율이 지나치게 높으므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가구별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다른 문제도 지적됐다. 서초구 ‘반포 훼미리’ 아파트는 101동과 102동의 같은 층, 같은 면적 가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5%와 30%로 15%포인트(p)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101동 공시가격은 8억800만 원이지만 102동 공시가격은 9억6700만 원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기준(9억 원 이상)을 넘기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역 민간 전문가 조사 참여, 세율 조정 등 제도 개선 필요”
이처럼 공시가격 산정 형평성 논란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세종시(70.6%)는 시장이 정부에 직접 공시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서울에선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에서도 공시가격 하향 조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주자회와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등 인근 5개 단지 입주자대표연합회, 노원구 현대우성아파트 주민회 등이 정부에 공시가격 조정을 요구 중이다.
반면 정부는 적절한 공시가격 산정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 “주택의 동이나 층 위치, 조망, 조향, 일조 소음 등에 따라 같은 단지 내 같은 층이라도 공시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조차 밝히지 않아 ‘깜깜이 공시’ 형평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시가격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해선 표준지 확대와 지역 전문가 참여 등 공시지가 조사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또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율 조정 등 종합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