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단 줄다리기…재판 지연되나
지난해 9월 삼성물산 불법 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이 최근 검찰에 수사기록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을 받아 한 차례 공판이 연기된 가운데 추가 자료 신청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줄다리기로 재판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이 부회장 측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에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복사)를 신청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19만여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을 모두 등사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 목록을 검토한 뒤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수사기록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행한 법률상ㆍ사실상 주장과 관련된 자료이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검사에게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 등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검찰은 해당 서류의 분량이 방대해 재판 절차 지연을 우려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14일과 21일 두 차례 의견서를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으로 신속한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 변호인단이 수사기록도 모두 열람ㆍ등사한 데다 증거를 이미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며 주 2회씩 재판을 열자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 측은 사건 기록이 많아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불법 합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기록은 368권, 약 19만 쪽에 달한다. 변호인은 “하루 1000쪽을 봐도 며칠이 걸린다”며 “수사심의위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참여했다고 해도 사실관계 일부만 파악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재판부는 올해 1월 14일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2개월 뒤인 3월 11일에 준비기일이 진행됐고, 이 부회장의 충수염 수술로 인해 첫 공판도 22일로 연기된 상태다.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은 조만간 열릴 공판에서 수사기록 열람ㆍ등사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재판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다시 재판이 공전할 전망이다. 이 재판에 신청된 증인은 250여 명으로 올해 안에 1심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하면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 정보를 유포했으며, 이 과정을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