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씀씀이 확대…정부 금융위기 이후 첫 순조달
운전자금·시설투자확대…기업 순조달규모 12년만 최대
총금융자산 2경 돌파, 1경 돌파 10년만..주가상승에 증가폭 확대
가계의 금융부채대비 자산비율이 5년만에 2.2배를 넘겼다. 부채는 2000조원을, 자산은 4000조원을 돌파해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부채증가보다 자산증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경제(GDP)규모를 넘어섰다.
저금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 열풍이 불면서 단기저축성예금과 금융채, 주식 투자규모도 크게 늘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해 빚을 크게 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운용에서 조달을 뺀 차액이 순조달로 돌아섰다. 기업 역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와 시설투자 확대 등으로 순조달 규모가 12년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외부문까지 합한 총 금융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2경을 돌파했다. 1경을 돌파한 이래 10년만이다.
보편적지원 등 정부로부터의 이전소득과 가계 처분가능소득 증가 등으로 소득이 증가한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서비스가 줄며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 처분가능소득은 425만7000원으로 전년(408만2000원) 대비 늘어난 반면, 민간최종소비지출은 같은기간 931조7000억원에서 894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란 일반가계 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와 종교단체·노동조합·학술단체 등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통상 가계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1배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24배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명목 GDP가 1924조5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전년 97.9%에서 106.6%로 확대됐다.
방중권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부채가 늘었지만 자산과 같이 봐야 한다. 상환여력이 어느정도 되느냐를 봐야하기 때문”이라며 “가계부채 규모는 경제규모가 증가하면 매번 사상최대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저축성예금은 유동성확보와 저금리에 따른 저축성예금 감소에, 금융채는 장기저축성예금보다 수익이 좋다는 점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주식 등 고수익 금융자산 투자에 각각 증가했다는 것이 한은측 설명이다. 반면, 부동산 투자 열풍에 운용규모가 감소했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이는 부동산 거래가 주로 가계와 가계간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수자에게선 운용자금이 빠졌겠지만, 매도자에게선 예금 등으로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정부의 경우 운용은 36조6000억원 증가한 114조4000억원을, 조달은 93조2000억원 확대된 14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운용에서 조달을 뺀 순운용규모는 마이너스(-)27조1000억원을 기록해, 순조달로 돌아섰다. 이같은 순조달은 2009년(15조원_ 이후 처음이며 사상 최대 순조달 규모다.
코로나19에 따라 정부의 소비와 투자가 확대됐고, 이전지출도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정부 최종소비지출과 총고정자본형성은 전년 각각 329조3000억원과 98조1000억원에서 각각 349조7000억원과 10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보조금 및 경상이전지출도 전년(1~11월 기준, 이하 동일) 291조8000억원에서 333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합한 비금융법인기업 순조달규모도 8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99조9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단기 운전자금 및 장기 시설자금 수요가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20년말 현재 총금융자산은 2경764조9000억원으로 전년말대비 2163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2010년말 1경678조원으로 1경을 돌파한 이래 10년만이다.
방 팀장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산과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난해엔 주식가격 상승이 커 금융자산 증가폭이 커 사상 처음으로 2경을 돌파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