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살펴보면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하면서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하며, 가족 구성원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혼인과 출산으로 이루어지고 해체하지 않은 가정을 정상가정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혼모·부 가정,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위탁가정, 1인 가정, 동거 가정은 건강하지 않은 ‘비정상’에 해당한다.
그 중 미혼모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잘 드러내는 것은 해외입양 통계이다. 2019년 기준으로, 해외입양 보낸 아동 317명 전원이 미혼모 가정 출신이다. 미혼가정이더라도 아동을 입양 보내는 것보다는 친생부모가 양육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유복한 가정의 입양부모가 키우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반문이 이어진다. 과연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서 아동은 태어난 원 가정에서 양육되는 것이 아동에게 최선의 조치라고 보고되었고,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제인권규범에도 반영되었다. 1991년 우리나라가 비준·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에게 친생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며, 당사국에게는 아동의 의사에 반해 부모와 분리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미혼가정의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차별 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미혼여성의 임신과 출산, 양육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며 문제적으로 바라본다. 최근 사유리의 방송 출연을 두고 일었던 논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별 짓고 차별을 조장하는 점에서 매우 인권 침해적이다. 그래서 최근에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는 소식은 반갑고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가족 개념을 삭제하고 가족형태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해치고 동성혼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러한 우려는 불필요한 기우이다. 친족 가족법의 기본법인 민법에는 가족의 정의 규정이 현존하고 있으며, 동성혼 허용은 민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도 초 한국사회에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은 해체될 것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십 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러한 드라마틱한 가족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불필요한 기우를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