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조언에 안 후보 '싸늘'…김 위원장 연일 '독설'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승리가 확정된 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야권의 승리’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응수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연이어 "그런 사람(안철수 대표)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수위 높은 독설을 쏟아냈다.
안철수 대표를 향한 김 위원장의 독설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함께 야권 단일화 판을 만들고 선거 승리까지 이끈 상황에서 또 다시 쏟아낸 독설은 두 사람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악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두 사람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으로 알려졌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안 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야인이던 김 위원장에게 정치 멘토 역할을 부탁했다는 것.
이에 김 위원장은 안 후보에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안 후보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국회의원을 하라고 하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이런 일화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김 위원장과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안 대표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김 위원장께서 저보고 갑자기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라고 했다. 저는 그때 카이스트 교수였다가 서울대로 옮긴 지 두 달밖에 안 됐을 때"라며 "절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게 제 어법이 아니란 걸 다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5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찾기도 했다. 다만 그때도 안 대표는 "신중하게 때를 기다기려라"는 김 위원장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16년 무렵에는 완전히 갈려졌다.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김 위원장은 당시 문재인 대표의 요청으로 민주당 비대위 대표·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안 후보를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 그 사람(안철수)이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을 안 한다"고 비난하자, 안 후보는 김 위원장을 '차르'라고 부르며 "낡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 그리고 또 낡은 방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공격했다.
오랜 악연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두 사람은 이번 4·7 재·보선 선거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분위기는 줄곧 냉랭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김 위원장에게 '안 대표와 어떻게 교류하고 협력하느냐'는 질문에 "(안 대표) 스스로 생각할 문제다. 내가 어떻게 하라고 얘기할 수 없다"며 답한 것.
또 '안 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제가 보기엔 (안 대표의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야권은 재·보선 선거에서 승리했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한 축이었던 안 대표도 당분간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안 대표도 이번에는 대응을 자중하는 모양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안 대표의 야권 승리 발언과 관련해 건방지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야권 혁신, 대통합, 정권 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걸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느냐. 김 위원장이 많이 노력했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