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그룹이 지난해 국내에서 챙긴 수수료가 3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60% 뛴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은 미국 본사에 경영자문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면서 국내 수입을 해외로 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12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유한회사(넷플릭스 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3.5% 증가한 4154억5005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억3176만 원에서 88억2048만 원으로 295.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427.2% 오른 63억307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그해 7월 유한회사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설립하고 2016년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진출 이후 최근까지 국내 가입자·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외감법에 따라 올해 첫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바뀐 외감법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직전 사업연도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500억 원 이상인 주식·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실제 스트리밍 수익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해당 매출 규모는 전년 약 1756억 원에서 약 3988억 원으로 127.1% 뛰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9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이용 구독료는 iOS와 안드로이드 상관없이 상품별로 베이직 9500원 스탠다드 1만2000원 프리미엄 1만45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국내 이용자가 늘면서 넷플릭스그룹사가 한국에서 챙긴 수수료도 급증했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서비스계약에 따라 넷플릭스 네덜란드 법인(Netflix International B.V.)을 대신하여 넷플릭스 서비스 엑세스의 재판매자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지난해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넷플릭스그룹사수수료는 320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221억3770만 원에서 162.3% 뛴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넷플릭스코리아가 그룹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익은 166억 원에 그친다. 그룹사가 챙긴 수익의 5.2%에 해당된다.
현재 넷플릭스 코리아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넷플릭스가 특별한 경영 자문 용역을 제공하지도 않은 미국 본사에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수백 억 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 측도 세무조사에 대해 기타 우발사항으로 밝혔다. 다만, 이로 인한 영향은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관련한 불확실한 법인세 처리를 세법 및 관련 규정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판단했다"면서 "세무조사의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와 진행 중인 망 사용료 소송전 역시 재무제표에 미반영됐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직접 접속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만 접속료를 지급하고, 접속 이후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것은 통신사 책임이므로 별도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무임승차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2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넷플릭스를 포함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대해서는 망 사용료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자 약관 등 여러 측면에서 이슈를 보고 있다"며 "음원 시장의 음악 저작권료 관련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 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서 이용료 변경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회사 측은 "당사는 최종 모회사인 넷플릭스(Netflix, Inc.)가 제안한 가격으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합당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시장 상황에서 따라 필요한 경우 모회사가 제안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지에 "신외감법에 따라 지난해 말 종료된 회계연도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올 한해 한국 콘텐츠에 약 55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한국 창작 생태계와 동반 성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투명한 정보 공유를 위해 국내 기관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