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쿠팡, 삼다수, 젝시믹스…’
전혀 다른 업종인 이들 기업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원조를 뛰어넘은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소비재의 경우 ‘원조’ 또는 ‘최초’가 갖는 의미는 크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동시에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원조기업이다. 그만큼 후발주자가 원조기업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지만 이를 현실화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뉴욕 증시에 입성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했지만 원조는 아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의 역사는 이베이코리아의 ‘옥션(AUCTION)’에서 시작된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서 경매라는 콘셉트를 처음으로 시장에 도입한 옥션은 개인 대 개인(C2C)이 물품을 사고파는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해 오픈마켓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옥션은 영업이익 또한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이커머스 업체 간 과열 경쟁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불과 최근 2~3년 사이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면서 옥션은 업계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쿠팡은 설립 10여 년만에 퀸텀점프를 기록하며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했다. 옥션이 중개수수료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흑자모델을 추구했다면,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직접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적자 누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적자는 곧 쿠팡의 경쟁력으로 바뀌었다. 이커머스가 가격 경쟁에서 빠른 배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된 것도 쿠팡의 로켓배송이 한몫했다.
지난해 농심은 K라면 열풍을 타고 처음으로 매출 2조원 고지를 밟았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어난데다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역대 최고 매출 달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시중에 유통되는 브랜드만 200개 이상이다. 그 중에서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는 제주개발공사가 제조하고 광동제약이 유통하는 ‘제주삼다수’다. 1998년 3월 출시된 삼다수는 제주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끌면서 23년째 줄곧 생수 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삼다수보다 훨씬 앞서 탄생한 브랜드가 있다. 198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선보인 ‘석수’가 국내 1호 먹는 샘물 브랜드다.
제주삼다수는 가정배송 전용 어플 개발과 가정 배송 서비스가 결합된 삼다수 앱을 공개해 구독경제 트렌드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 지난해 삼다수 앱 매출은 전년대비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이 시장의 원조는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뮬라웨어’가 꼽힌다. 젝시믹스는 뮬라웨어보다 4년 늦게 출범했지만 사내 R&D센터를 통해 한국인의 체형 연구에 기반한 제품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젝시믹스는 올해도 매출 2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깅스를 비롯해 애슬레저 의류, 슈즈, 남성 레깅스까지 선보인 젝시믹스는 올 3월 애슬레저 뷰티 콘셉트의 화장품까지 론칭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