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과 맞물려 수상한 해외 송금이 급증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것을 이용, 해외에서 구매한 비트코인을 국내에서 팔고 그 차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거다. 엄연한 불법 외화 유출이지만, 차단도 쉽지 않아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또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국내 비트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A 은행에서는 이달 9일까지 7영업일 만에 해외로 약 1364만 달러(약 153억)가 송금됐다. 지난달 전체 해외송금액(918만 달러·약 103억 원)을 불과 일주일 만에 넘어선 수치다. 지난 7일에는 하루에만 161건, 375만 달러(약 42억 원)의 해외송금이 이뤄졌다. 이렇게 유출된 외화의 70∼80%는 중국으로 향했다.
상당수가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금액이어서 이 중 얼마가 가상화폐 관련 송금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송금 급증 시기가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도 상승한 국면이라 관련 업계에서는 외화 송금액의 상당수가 비트코인 관련 자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외국환 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561만 원), 연간 5만 달러까지는 송금 사유 등을 설명하는 증빙 서류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송금액이 기준에 충족하지 않으면 증빙 서류 등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 비트코인과 관련된 해외 송금을 정확히 걸러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감독 당국이 가상(암호)화폐 매매 목적의 외국환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에 들어갔지만, 가상화폐 관련 외국환거래만을 특정한 세부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처럼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차명 송금과 분산 송금 의심 사례를 일단 막고 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도 "교묘히 외국환 거래법을 충족하고 분산 송금하면 현실적으로 모든 차익 거래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국내 비트코인 가격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7년에도 중국인 해외송금이 늘어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대하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또 김치 프리미엄이 최근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닌데, 중국인의 해외 송금 사례가 늘었다는 것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비트코인이 암호 화폐로서 확고한 지위를 가지지 못한 2017년과는 현재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김치 프리미엄 논란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고공행진 하고 있다. 14일 오전 주요 가상 화폐 가격이 모두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8000만 원을 돌파하고 신고가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