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종교시설 문제 등 사업 지연…청약시장 과열될 듯
서울 분양시장이 공급 절벽에 빠졌다. 올해 서울 분양시장엔 17년 만에 최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1분기에 나온 물량은 고작 1000가구에 그쳤다. 여기다 재건축 대어(大魚)들마저 분양가 책정 등의 문제로 연내 분양이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커져 '분양 가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시장에는 약 4만4907가구(총 가구수 기준·임대 포함)가 쏟아진다. 2004년(4만5973가구) 이후 17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작년(4만2125가구)보다는 3000가구 가까이 늘었다.
강동구 고덕강일 제일풍경채(780가구)와 광진구 자양 하늘채베르(165가구)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2990가구) △은평구 센트레빌 파크프레스티지(역촌1구역 재건축·752가구) △성북구 장위10구역 푸르지오(2004가구)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1만2032가구)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2636가구)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만 6곳이다.
하지만 4만5000가구가 올해 서울 분양시장에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 1분기에 청약시장에 나온 서울 분양 물량은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와 광진구 자양 하늘채 베르 단 2곳으로 945가구뿐이다.
연내 분양이 예정된 대어들도 분양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둔촌주공은 올해 10월로 잡힌 일반분양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직무대행 체제인 조합이 이달 초 총회를 열어 새 조합장을 선출하고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으나 구 조합의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장위10구역에선 조합과 구역 내 종교시설의 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주를 마치고도 건축심의 문제로 착공을 하지 못했던 잠실 진주아파트는 지난해 심의가 통과되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관리처분 변경 인가와 조합원 동호수 추첨 시기가 각각 올해 말과 내년 초로 예정돼 있어 분양 시점은 더 늦춰질 공산이 크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홍실(419가구), 구로구 개봉5구역(317가구),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641가구) 등 일정조차 잡지 못한 단지는 12곳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번주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관악 중앙하이트포레가 분양시장에 나오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34가구 뿐"이라며 "둔촌주공 등 알짜 단지들이 대거 빠지면 올해 서울 총 공급량은 3만 가구를 크게 밑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래미안 원베일리가 빠르면 이달 말 분양시장이 나올 것으로 정비업계는 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설계변경안 총회 상정이 대의원회에서 부결되면서 기존 일정대로 움직일 수 있게 돼서다. 하반기엔 은평구 대조1구역(1971가구)과 중랑구 중화 1구역(1055가구) 등이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분양 물량이 쪼그라들면서 서울 청약시장은 더 과열될 것으로 관측한다. 지난달 나온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와 자양하늘채 베르는 1순위 청약에서 모두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청약 대기수요가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려 집값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