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주민등록번호 확인 등 인적사항 대조 절차를 거치지 않아 엉뚱한 시민에게 사회봉사를 집행하게 된 경우 불문경고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최근 법무부 A 보호관찰소의 관찰과장 B 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B 씨는 보호관찰소 관찰과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 12월 13일 벌금미납 사회봉사대상자의 사회봉사카드 처리에 대한 결재 업무를 맡았다. 해당 업무엔 사회봉사 신고이행자가 신고의무자와 동일인인지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 대조 과정을 통해 확인하는 일이 포함됐다.
당시 B 씨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인적사항 대조 과정을 거치지 않아 사회봉사 의무가 없는 C 씨를 그와 동명이인이었던 신고의무자로 오인해 총 59시간 30분의 사회봉사를 집행했다.
법무부장관은 2020년 9월 29일 B 씨의 행위에 대해 불문경고를 내렸다. 불문경고는 책임을 묻지 않고 경고에 그치는 것으로 징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인사기록에 남아 근무평정 등에 불이익이 있다.
이에 B 씨는 “오인신고자에게 사회봉사 시간에 상당한 피해보상금을 지급한 것과 이번 경고 처분으로 원격지인 의정부보호관찰소로 문책성 전보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불문경고는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B 씨에 대한 불문경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한 성실의무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공무원은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원고는 자신에게 부여된 확인의무 이행을 소홀히 함으로써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분증을 받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오인신고 사실을 쉽게 발견하거나 이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 별도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오인신고자가 의무 없는 사회봉사를 이행하게 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공공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