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올 들어 제냐그룹의 한국법인(아즈라코리아) 최대주주가 본사(Ermenegildo Zegna Holditalia S.p.A.)에서 아시아퍼시픽 디렉터 겸 대표이사인 케네스 로버트 크레스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1일, 케네스 로버트 크레스 대표이사가 본사 보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구체적인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최근 7년간 영업적자가 누적된 터라 장부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냐그룹은 1910년 설립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로 2018년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톰 브라운’ 지분 85%를 약 5억 달러(5540억 원)에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한국시장에는 1997년에 진출했으며 지난 해 말 기준 자본금은 96억7900만 원이다. 지난해 한국 법인 매출액은 1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13억 원에서 7억6394만 원으로 줄었다.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한국법인은 그룹 계열에서 빠지게 됐다. 대신에 본사와 5년 단위 프랜차이즈 운영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트너십을 이어가기로 했다.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기 위한 마케팅은 본사와 협업하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토대로 한국 시장 맞춤형 전략도 함께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관계자는 “아시아퍼시픽 디렉터인 케네스 로버트 크레스가 직접 한국 시장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국내 명품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이전처럼 본사를 거쳐야하는 지배구조에선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 불황에도 한국 명품시장은 ‘훨훨’
최근 한국 명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보복소비’ 명목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주요 고객층에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합류하면서 고객층도 두꺼워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럭셔리 상품 시장은 전년 대비 20% 줄었지만, 한국 시장은 -0.1%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57개 점포 매출은 전년 대비 9.8% 줄었지만, 명품 및 해외 브랜드 매출은 오히려 1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냐그룹 말고도 한국에 공들이는 명품 업체들도 늘고 있다. 올 1월 에트로코리아는 1992년부터 국내에 에트로 제품을 수입·유통해온 듀오와 계약을 종료하고, 올해부터 직진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프란체스코 프레치 에트로 이사는 “한국 소비자의 트렌드와 욕구를 파악해 시장에 맞는 전략을 제공하기 위해 지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또 2015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합작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몽클레르도 작년 3월 직진출로 전환했다. 이 밖에도 돌체앤가바나, 지방시, 델보, 멀버리, 골든구스 등도 최근 2~3년 사이 직진출로 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