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청자가 줄고 소비패턴이 온라인ㆍ모바일로 넘어가면서 홈쇼핑의 디지털화가 가속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IT 사업에 투자하고, 미디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등 온라인 경쟁력을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의 TV 의존도는 계속 하락세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68.5%였던 TV 비중이 지난해 60.5%로 내렸고, GS홈쇼핑도 52.6%에서 39.3%로 쪼그라들며 영향력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비해 온라인과 모바일 등 매출은 계속 덩치를 불리며 디지털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CJ오쇼핑은 TV 홈쇼핑 중심의 사업 구조를 모바일로 전환하기 위해 200억 원을 투자하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100명 규모의 인력을 충원한다고 20일 밝혔다. 이 업체는 올해 1월 모바일사업부 내에 디지털 전환 담당 조직을 만들고 모바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CJ오쇼핑의 미디어커머스 자회사 ‘다다엠앤씨’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210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연초부터는 200억 원을 투입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사에서 쓰고 있는 차세대 영업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구축하고 있다. CJ가 도입한 MSA(Micro Service Architecture)는 각각의 시스템이 부분적으로 업데이트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보다 유연한 운영과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
7월 GS리테일과 합병을 앞둔 GS홈쇼핑도 디지털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합병 후 고객과 상품, 물류 데이터는 물론 기술, 인력, 인프라 등 디지털 소스들을 결합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날에는 부릉(VROONG) 서비스로 유명한 물류회사인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해 물류 기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메쉬코리아는 400개가 넘는 도심 소형 물류거점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라스트마일에 특화된 만큼 다회차 당일배송과 즉시배송 등이 가능하게 돼 한층 더 많은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GS리테일이 자체 도보 배달플랫폼 ‘우딜’로 6만 명의 배달원을 모집한 상태로, 메쉬코리아의 도심형 거점이 더해지면 다양하고 신속한 배달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여러 형태의 배송을 시행할 수 있는 군포물류센터를 신규 오픈한 바 있으며, 자체 전담배송망을 활용한 수도권 당일배송도 시행 중이다. 또 전국을 대상으로 24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NS홈쇼핑은 14년째 회사를 이끌어온 도상철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공동대표에 오른 조항목 대표가 5월부터 단독으로 이끈다.
2007년 10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도 전 대표는 취임 당시 4884억 원이던 취급액을 지난해 1조 5155억 원으로 성장시키는 등 성과가 많지만 1946년 생 만 76세로 급변하는 유통환경 변화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1월 1일자 조직개편을 통해 ‘라이브커머스사업부’ 조직을 신설하고, 정유찬 이사를 사업부장으로 임명하고 2030 맞춤형 컨텐츠와 영상 제작을 통해 MZ세대의 소통과 공감을 강화하고, 기존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소싱력을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4050세대까지 만족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날에는 자회사인 하림산업과 글라이드의 유상증자에 각각 300억원, 50억 원을 출자하며 사업다각화와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글라이드는 온라인·모바일 유통 전문 자회사로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롯데홈쇼핑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미디어 커머스 시장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롯데홈쇼핑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 지난해 모바일 생방송 전문 PD와 상품 기획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콘텐츠 부문을 신설하고, 모바일 라이브 콘텐츠 전략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팀(TFT)도 구성했다.
현대홈쇼핑도 올해 사업 중점을 미디어커머스 채널 경쟁력 강화에 뒀다. 지난해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업체인 디밀에 120억 원을 투자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라이브 커머스 방송 횟수와 방송 시간대를 대폭 늘렸고, 연내 라이브 커머스 운영 인력을 10여 명 추가하고 전문 쇼호스트도 두 배 가량 늘릴 예정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선방했지만, 주 사업인 TV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라면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